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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지오 옴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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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엔터스타일팀 이종현 기자] 예술을 입는다.
디자이너 송지오가 9일 런던패션위크에서 17 F/W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컬렉션은 10년간 활동했던 파리를 떠나 런던에서 선보인 두 번째 컬렉션으로 미산트로프(misanthrope)를 주제로 한 의상을 선보였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멋을 추구한다는 뜻의 미산트로프라는 말처럼 이번 컬렉션은 시크하고 다크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송지오 특유의 전위적인 디자인과 패턴을 가미해 남성성 속에 낭만적 분위기를 슬쩍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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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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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주목 받은 부분은 '웨어러블 아트'. 외신들은 직접 그린 회화로 부터 컬렉션을 완성해내는 송지오 디자이너의 의상을 입을 수 있는 예술, 웨어러블 아트라고 부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송지오 디자이너는 순수 예술인 회화를 의상이라는 상품에 녹여냄으로써 상업 예술과 순수 예술의 간극을 보여주고 또 조화시킨다. 순수 예술의 입지가 사라져가는 이 시대에 자신만의 예술에 대한 철학을 고집하고 있는 송지오 디자이너. 그의 예술은 어떻게 옷에 녹아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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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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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의상은 예외 없이 회화로 부터 시작한다. 송지오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정신과 인간을 상징하는 가로획과 세로획을 교차시키는 자신만의 화풍 크로스핏을 고안해냈다. 독자적인 화풍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주해 매 시즌 새로운 모습을 담아야하는 의상에 맞는 회화를 그려낸다.
완성된 그림은 패턴화되거나 프린트로써 의상에 활용된다. 구체적인 의상의 디자인을 그린 스타일화와 이미지화한 자신의 회화를 대조해 어떤 의상에 어떤 그림을 매치할 것인지 신중히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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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지오 옴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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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회장이기도 한 송지오 디자이너는 "창조와 창의의 가치. 그리고 선배 디자이너로써 성공사례를 보여주기 위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패션은 디자이너의 창조성과 영감이 녹아든 하나의 작품이기도 하지만 시장 논리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만 생존할 수 있는 상품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빠르고 쉽게 패션을 소비하고 싶은 사람들의 취향에 맞게 패션 시장은 예술의 가치, 개성의 표현이라는 의미보단 상품으로서의 패션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송지오 디자이너는 패션의 예술적 측면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이 보인다. 새하얀 캔버스라는 완전한 무에서 부터 회화, 디자인, 재봉을 거쳐 옷이라는 작품을 창조해내는 과정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 자신만의 가치와 의미를 잃지 않은 디자이너로서 성공한 모습을 후배들에게 보여주어 성장하고 있는 K패션에 바탕이 되겠다는 의미 또한 잃지 않았다.
이런 그의 고집이 변화를 두려워 한다는 뜻은 아니다. 송지오는 시시각각 변하는 패션 트렌드에 맞게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현실을 도피한 상아탑 속 예술가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컬렉션은 트렌드에 맞는 오버사이즈 재킷, 항공 점퍼 등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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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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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반 고흐의 그림을 티셔츠에 넣었다고 해서 웨어러블 아트가 되진 않는다. 웨어러블이라는 말 그대로 실제 입을 수 있게 현 시대의 옷, 상품으로 생존할 수 있으면서도 예술적인 가치를 잃지 않아야 진정한 웨어러블 아트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맥락에서 송지오의 컬렉션은 진정한 의미의 웨어러블 아트에 가장 근접한 작품으로 보인다. 예술과 상품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내놓은 그의 해답인 이번 2017 F/W 컬렉션. 예술적인 그의 답변이 패션 시장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over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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