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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슬을 정의하자면, 작은 얼굴에 바비 인형같은 쭉 뻗은 몸매, 거기에 애교 만점 코맹맹이 소리를 갖춘 여자들 기죽이는 여자라는 것. 2001년 우월한 몸매로 슈퍼모델로 선발된 후, 2003년 청춘 시트콤 시리즈 '논스톱 4'로 신예스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구미호 외전'과 '그 여름의 태풍' 등에 출연했지만, 2006년 홍자매(홍정은 홍미란)가 집필한 '환상의 커플'의 안나 조로 스타로 떠올랐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오만하고 건방진 재벌 안나 조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다. 이후 드라마 '타짜'와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로 변신을 꾀했으며, '스파이 명월'로 전무후무한 사건(?)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그가 무려 3년 만에 제 몸에 꼭 맞춤형 드라마 '미녀의 탄생'으로 돌아왔다.
못생기고 뚱뚱했던 과거의 모습에서 성형수술을 통해 예뻐지고 새 삶을 살게 된다는 내용, 한예슬은 극적 변화를 표현하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순수하고 여린 마음의 친구였는데 점차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희생하고, 그런 모습이 몸에 편하게 입혀졌다. 갈등이나 대립하는 부분에서는 드라마 '타짜'를 할 때 모습을 살짝 꺼내고 쓰고 해서 어렵진 않았다. 예전에 했던 역할들이 자산이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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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컴백, '스파이 명월'에서 주연배우임에도 촬영 거부 후 미국행이 기사화되며 논란을 빚었다. 당시 열악한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 됐지만, 한국적 정서로 주연배우가 촬영 펑크낸다는 사실은 동료 배우들에게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3년이란 공백이 있었고, 오랜만에 작품을 해야 하는데 부담이 왜 없겠는가. 그때 '미녀의 탄생'을 보고, 컴백 작품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감이라는 게 있다. 그 전에 몇 번 정도 작품을 할 수 있었지만, 뭔가 마음이 따라가지 않더라. 빨리 복귀를 해야한다는 생각은 컸는데 그렇게 됐다."
묵혀뒀던 속마음도 꺼내보였다. "싫은 것 싫다고 하지 말아야 하는 지혜도 있어야 하는데, 느낀대로 행동하고 이야기하는 편이라 손해도 본다. 밝은 기운이 있지만 너무 솔직한 편이다. 연말 시상식 때 수상소감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라서 표현하고 싶어서 한건데, 그런 부분을 어떤 분들은 잘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 수상소감에서 사적인 이야기한다고 말이다."
"사실 예전보다 좀 성숙해진 것은 분명하다. 예전에는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믿는 것에 대해 큰 흔들림이 없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다른 사람은 다르게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의도와 다르게 오해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받아들이려고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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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해보면 애인이 있어도 숨기고 공개 연애를 하더라도 사적인 질문을 삼가해달라는 스타들이 대부분이다. 한예슬이 애인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하는 모습이 낯설어 보이기까지 한 이유다. 해외 부동산 관련 구설수에 대해서도 막힘없이 전후 사정을 털어놨다. 그녀의 인터뷰에 '패스'는 없었다. 부정보다는 당당하게 사과하고 수습하는 용기를 가진 그녀. 어떻게 보여질까가 중요한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갈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예슬이었다.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