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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학교에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는 아이들. 서른 명 남짓의 학생들은 저마다의 깊은 고민으로 걷잡을 수 없이 방황하며 마음 앓이를 하고, 선생님들은 그런 아이들을 설득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대학 간판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리는 학교. 목표가 모 대학 무슨 과로 설정되어 기계처럼 공부만 하는 아이들. 서로 피떡이 되도록 주먹을 매다 꽂는 아이들. 그런 학교 폭력을 눈 감고 외면하는 어른들. 2012년의 승리고는 이렇게 삭막하다. 어쩌면 참담한 걸지도 모르겠다. 과연 이게 요즘 학교의 현실일까.
그리고 근 10년의 시간이 지나고, 나름 어른이 되어서 -물론 난 아직 '어른이'지만- <학교 2013>으로 이 시리즈를 다시 만났다. 솔직히 1~2회를 볼 때에는 왠지 힘이 빡 들어간 듯한 <공부의 신>을 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더랬다. 그런데 3~4회부터 슬슬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 2013>이 원래 <학교> 시리즈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좀 많이 다른 분위기와 색깔을 보여주고 있지만, 10대가 10대 드라마를 보는 것과 20대가 20대 드라마를 보는 건 확연히 그 느낌이 다른 것 같다.
보는 내내 이렇게 살벌하기 짝이 없는 곳이 지금의 학교인가 싶어서 무서울 정도였다. 10대가 점점 어렴풋한 옛날이 되어 가고, 주변에 이제 더 이상 10대들이 없어서 요즘 학교가 어떤지도 몰랐지만 그래도 뉴스들을 통해 들었던 학교에서 벌어진 그 사건들이 유난히 그 학교에만 있었던 그런 일들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에 씁쓸했다. 이게 정말 지금의 현실이라면 너무 슬프다. 그때가 얼마나 중요한 시간인데, 결코 다시 오지 않을 소중한 시간들인데 저렇게 아프게 보내야 할까 싶어서 <학교 2013>을 보면서 가슴 한 켠이 좀 묵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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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무뚝뚝하고 냉소적이지만 그래도 알고 보면 남순이 착하고 괜찮은 녀석이라고 느낄 만할 때, 전학생 박흥수(김우빈)의 등장으로 꽁꽁 봉인해서 숨겨 왔던 남순의 과거가 툭, 소리를 내고 등장했다. 아마 남순과 흥수와의 관계,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드라마 내내 꽤 비중 있게 재미있게 다뤄질 것 같다.
이렇게 지금 <학교 2013>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많이 보여지는 건 학교 폭력이지만, 그렇다고 이 드라마가 어떠한 한 문제만을 편중해서 다루고 있지는 않다. 학생이 선생님을 너무 쉽게 아는 교실 붕괴의 현장이나, 입시만 바라보며 피폐해져 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 아이들 문제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고 마는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 등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들을 오글거리지 않게 잘 상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참 기특하게도 이강주(효영)-송하경(박세영)을 통해 그 나이에 어울리는 귀엽고 훈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아직 풀어지지 않은 이야기들과 보여 줄 아이들이 많아 그걸 잘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학교 2013>의 초반부 첫 인상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예뻤다. 지긋이 찬찬히 바라보니 사랑스러운 것 같기도 하다. 부디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를. 무게 중심만 잘 잡을 수 있다면 <학교 2013>은 실소가 터져 나오는 오글니즘이나 중2병 허세가 없는, 예쁜 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토오루 객원기자, 토오루(http://jolacandy.blog.me/)>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