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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참 많이 아쉬웠던 삼성 라이온즈의 2019 시즌.
풍파 속에 크게 흔들렸던 라이온즈 선발 마운드. 그래도 선산을 지키는 소나무 처럼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지킨 딱 한명의 투수가 있었다. 베테랑 좌완 백정현(32)이었다.
올 시즌 28경기에 선발 등판, 12차례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8승10패 평균자책점 4.24, WHIP 1.36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여러가지 의미가 담긴 시즌이었다. 157이닝은 한 시즌 최다 이닝 소화였다. 윤성환과 함께 유이하게 규정이닝을 채우며 팀 내 최다승을 기록했다. 8승은 2007년 데뷔 후 선발 최다승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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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적인 사실은 세상의 편견을 속 시원히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 탓일까. 많은 사람들은 백정현의 체력이 약하다고 오해한다. 올 시즌, 그 편견을 제대로 깼다. 전약후강, 여름을 포함해 시즌 뒤로 갈수록 점점 더 강해졌다.
전반기 4승9패, 평균자책점 4.79에 그친 반면 후반기에는 4승1패, 3.30으로 부족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한 여름 승부였던 7,8월 8경기에서 3승1패, 2.92로 '여름 사나이' 면모를 과시했다. 시즌 내내 로테이션을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자기관리의 힘이었다.
"한번도 체력적으로 문제 있다고 생각한 적 없었던 것 같아요. 그저 풀 시즌을 던져보지 않았기 때문에 방법이나 노하우를 몰랐을 뿐이죠. 풀시즌을 치르다 보면 휴식도 중요하고 한데 처음에는 그걸 잘 모르잖아요.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등판 후 빨리 회복하는 노하우를 조금씩 배우면서 좋아졌던 것 같아요. 작년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죠."
데뷔 후 최고의 활약. 1년 전 결혼한 동갑내기 아내 김주은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는다.
"결혼하니까 몰랐는데 엄청 좋은 거 같아요. 와이프가 음식을 잘해줘서 체력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고요. 저는 솔직히 자유영혼이 맞습니다. 그래서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에 대한 고민 많았어요. 여자를 만나는 게 고민이었어요. 그냥 혼자 부모님 모시고 살고 싶었죠. 그런데 아내는 제 생각과 제 생활을 존중해줘요. 음식도 늘 좋은 거, 자기 먹고 싶은 거 보다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걸 해줘요. 그러다 보니 밖에서 약속을 줄이고 집에 더 오래 있게 돼요. 물론 운동에 도움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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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작가 수준으로 찍게 된 계기. 부모님에 대한 같한 효심 때문이었다.
"원래는 사진 찍는 걸 싫어했어요. 2014년쯤이었나, 여행 갔을 때 친구가 열심히 찍길래 '니나 찍어라. 난 그냥 눈에나 담을란다' 했어요. 그런데 풍경이 너무 예쁘니까 부모님 생각이 나더라고요. 제가 좀 어렵게 자라서 더 그런가, 너무 예쁘니까 마음속으로 이걸 부모님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모르게 사진 찍고 있더라고요.(미소) 보면서 찍다 보니까 그 친구한테 배우고, 더 잘 찍고 싶어 사진 책도 보면서 공부했죠. 부모님께서 제 사진을 보고 '예쁘네' 하는 곳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번에 부모님 모시고 여행가기로 했어요. 와이프도 허락해줬어요. 어디로 가느냐고요? 뉴질랜드 남섬이요. 거기는 천국이었거든요. 진짜 예뻤어요. 전혀 다른 세상이었어요."
효심 가득, 아내 사랑 가득, 그렇게 사랑으로 충만한 백정현. 야구 세상을 넘어 또 다른 세상을 눈에 담고 있다.
"저는 어릴 때는 야구보다는 인생을 잘 살고 싶었어요. 세상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지금은 야구가 너무 재미있고, 야구로 기쁨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 저는 늘 '좋은 사람이 되자'고 다짐해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도 주고 싶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늘 세상은 넓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든 언제가는 떠날 수 있다는 생각, 제 사진 보고 누군가 한명이 떠날 수 있다면 하는 그런 마음으로 (사진을) 올립니다."
백정현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가족, 자유, 사랑, 그리고 야구"다. 좀처럼 웃지 않는 시크남의 얼굴에 슬그머니 미소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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