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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베이스볼]"눈은 곧 생명" 안경 쓴 투수들의 고충과 수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7-07-06 22:21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초등학교 2학때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공을 던질 때 불편할 법도 한데 라식 수술을 받을 생각은 없다고 한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2016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안경(콘택트렌즈 포함)을 착용하는 비율은 54.6%나 된다. 1987년 24.0%였던 안경착용률이 30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력 저하의 원인은 환경적 요인이 크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급증하면서 시력 저하, 특히 근시의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투수들 사이에 안경이 유행하고 있다. 요즘은 라식 수술이 꽤 보급돼 외관상 시력이 나쁜 선수가 얼마나 많은 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30년 전과 비교하면 안경 착용 비율이 늘어난 것은 틀림없다.

안경 쓴 선수 중 레전드는 고(故) 최동원이다. 눈을 찡긋하며 금테 안경을 고쳐쓴 뒤 투구폼을 잡던 최동원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동원은 경남중 2학년때부터 안경을 썼다고 한다. 생전에 그는 "당시 시력은 0.7이었는데, 더 잘보기 위해 안경을 쓰게 됐다"고 했다.

LG 트윈스에서 통산 121승을 거둔 정삼흠도 안경을 쓴 레전드 중 한 명이다. 1989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박정현은 안경 쓴 잠수함 투수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의 주역 염종석도 안경으로 유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상진 투수코치는 OB 베어스의 안경 에이스로 1990년대를 풍미했다. 투수들이 안경을 쓰는 이유는 좀더 잘 보기 위해서다.

올시즌 들어 안경을 쓴 투수들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최동원-염종석의 뒤를 잇는 롯데의 안경 에이스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뒤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6일 현재 15경기에서 9승2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중이다. 쟁쟁한 외국인 에이스들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세웅은 야구를 시작하기 전인 대구 경운초등학교 2학년 때 안경을 썼다. 당시 시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는데 난시가 있어서 안경을 쓰게 됐다고 한다. 지금 쓰는 안경은 스포츠 고글 타입이다. 라식 수술에 관해 물었더니 박세웅은 "라식 수술을 받을 생각은 없다.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KIA 타이거즈 양현종은 2013년 라식 수술을 받았지만 여전히 안경을 쓰고 마운드에 오른다. 안경 쓰는 게 습관이 돼 벗는게 오히려 불편하다고 한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안경을 사랑하는 대표적인 에이스는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다. 2007년 광주동성고를 졸업하고 1라운드 전체 1순위 지명으로 입단할 때부터 안경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양현종 역시 야구를 하기 전인 광주 학강초등학교 2학년 때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 시력이 0점대 초반으로 칠판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안경과 함께 20년을 산 양현종은 2013년 라식 수술을 받았다. 불편해서가 아니라 좀더 선명하게 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지금 시력은 양쪽 모두 1.5로 정상 수준보다 좋다. 하지만 양현종은 여전히 안경을 쓴다. 경기에 나설 때는 고정형 스포츠 고글을 쓰고, 일상생활에서는 일반 안경을 착용한다. 물론 렌즈에 도수는 없다. 양현종은 "그대로 고글이나 안경을 하고 있어 편해진 것은 없지만, 선명하게 보여서 좋다"고 말했다.

안경을 썼다가 라식 수술을 한 투수로는 한화 이글스 송창식과 장민재도 있다. 두 선수는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의 경우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투구 도중 안경이 벗겨지는 경우가 잦아 불편했다고 한다. 장민재 역시 "예전에는 안경을 쓰면 땀 흘릴 때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없어서 편하다"고 했다.


시력은 좋은 편인데 안경을 쓰는 선수도 있다.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김세현이 그렇다. 김세현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안경을 썼다. 시력은 좌우 모두 1.5로 좋지만, 가끔 잘 안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스포츠 고글 형태로 머리 뒤로 묶는 고정형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중에는 착용하지 않는다. 그는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썼었다. 써보니 안경에 습기도 차고 불편하다. 앞으로 경기 중에는 쓰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괜찮은 시력을 감안하면 안경이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중인 SK 와이번스 김광현도 한 때 안경을 썼다. 2013년 5월 7일 두산 베어스전에 검은색 둥근 뿔테 안경을 쓰고 등판해 화제가 됐다. 당시 김광현은 "시력은 양쪽 모두 1.0으로 괜찮은데 밤이 되면 퍼져 보이는 현상이 심해져 안경을 쓰게 됐다. 야간경기에는 무조건 안경을 쓸 생각이다"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며칠 지나지 않아 안경을 벗었다. 렌즈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땀이 나고 불편했다고 한다.

안과 전문의들은 "더 나빠질 수 있는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경을 쓰는 게 좋다"고 말한다. 투수들이 안경을 쓰는 목적은 포수의 미트를 더욱 또렷하게 보기 위함이다. 눈이 나빠지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굳이 참을 필요는 없다. 안경이든 콘택트 렌즈든 라식 수술이든, 선명한 시력은 투수들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SK 와이번스 김광현은 2013년 5월 잠시 안경을 쓰고 등판한 적이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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