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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중 안경(콘택트렌즈 포함)을 착용하는 비율은 54.6%나 된다. 1987년 24.0%였던 안경착용률이 30년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시력 저하의 원인은 환경적 요인이 크다.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급증하면서 시력 저하, 특히 근시의 발생률이 높다고 한다.
LG 트윈스에서 통산 121승을 거둔 정삼흠도 안경을 쓴 레전드 중 한 명이다. 1989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신인왕을 차지한 박정현은 안경 쓴 잠수함 투수로 큰 인기를 끌었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의 주역 염종석도 안경으로 유명했다. 삼성 라이온즈 김상진 투수코치는 OB 베어스의 안경 에이스로 1990년대를 풍미했다. 투수들이 안경을 쓰는 이유는 좀더 잘 보기 위해서다.
올시즌 들어 안경을 쓴 투수들의 활약이 유난히 돋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이다. 박세웅은 최동원-염종석의 뒤를 잇는 롯데의 안경 에이스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지난해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낸 뒤 올해 KBO리그를 대표하는 우완 선발투수로 성장했다. 6일 현재 15경기에서 9승2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중이다. 쟁쟁한 외국인 에이스들을 제치고 평균자책점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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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썼다가 라식 수술을 한 투수로는 한화 이글스 송창식과 장민재도 있다. 두 선수는 2014년 시즌을 앞두고 수술을 받았다. 송창식의 경우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라 투구 도중 안경이 벗겨지는 경우가 잦아 불편했다고 한다. 장민재 역시 "예전에는 안경을 쓰면 땀 흘릴 때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없어서 편하다"고 했다.
시력은 좋은 편인데 안경을 쓰는 선수도 있다. 넥센 히어로즈 마무리 김세현이 그렇다. 김세현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안경을 썼다. 시력은 좌우 모두 1.5로 좋지만, 가끔 잘 안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스포츠 고글 형태로 머리 뒤로 묶는 고정형이다. 하지만 지금은 경기중에는 착용하지 않는다. 그는 "그날 그날 컨디션에 따라 썼었다. 써보니 안경에 습기도 차고 불편하다. 앞으로 경기 중에는 쓰지 않을 계획"이라고 했다. 괜찮은 시력을 감안하면 안경이 방해가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중인 SK 와이번스 김광현도 한 때 안경을 썼다. 2013년 5월 7일 두산 베어스전에 검은색 둥근 뿔테 안경을 쓰고 등판해 화제가 됐다. 당시 김광현은 "시력은 양쪽 모두 1.0으로 괜찮은데 밤이 되면 퍼져 보이는 현상이 심해져 안경을 쓰게 됐다. 야간경기에는 무조건 안경을 쓸 생각이다"고 했다. 그러나 김광현은 며칠 지나지 않아 안경을 벗었다. 렌즈를 착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땀이 나고 불편했다고 한다.
안과 전문의들은 "더 나빠질 수 있는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안경을 쓰는 게 좋다"고 말한다. 투수들이 안경을 쓰는 목적은 포수의 미트를 더욱 또렷하게 보기 위함이다. 눈이 나빠지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굳이 참을 필요는 없다. 안경이든 콘택트 렌즈든 라식 수술이든, 선명한 시력은 투수들에게 생명이나 다름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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