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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포인트+] 타고투저 주범 스트라이크존 확대 기미 보였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7-03-14 19:48


김풍기 KBO심판위원장

이제 시범경기를 한차례 치렀을 뿐이다. 하지만 야구계 시선은 홈플레이트 뒤 검은 마스크를 쓴 심판에게 쏠리고 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선언 때문이다. 수년간 기형적인 타고투저로 고민해 온 KBO리그는 올시즌에 앞서 극약처방으로 스트라이크존을 손보기로 했다. 확대가 키워드지만 성문 규칙 변화는 없다.

KBO 심판위원회는 "기존 스트라이크존에서 다소 소극적으로 적용했던 부분을 룰대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예년이나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선수들과 벤치 모두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받을 것"이라고 힘줘서 말했다. "중대사안임을 절감하고 있다. 지켜봐 달라"는 당부까지 했다.

14일 시범경기에서 이같은 기조는 확실하게 강조되는 분위기였다. 대전에서 벌어진 LG 트윈스-한화 이글스전에서 주심인 이계성 심판위원은 3회말 2사후 한화 김회성 타석에서 LG 선발 데이비드 허프의 몸쪽 공을 2개 연속 잡아줬다. 예전 같았으면 볼로 판명될 수도 있을법한 공이었다. 투 스트라이크째 몸쪽공에 김회성은 고개를 갸우뚱했고, 허프는 다시 한번 똑같은 코스에 몸쪽 공을 찔렀다. 김회성은 뒤로 훌쩍 물러섰지만 결과는 스트라이크 아웃. 타구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약간 높다싶은 볼도 스트라이크로 선언되는 경우가 나왔다. 높은 공 뿐만 아니라 때로는 낮은 변화구도 주심의 손을 올라가게 했다. 이날 5개 구장의 4사구는 경기별로 3~9개 사이였다. 표본이 너무적지만 체감상 다소 줄어든 수치다. 특히 주전급이 아닌 1.5군 투수들도 다수 등판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 위원장은 "이미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심판위원회 차원에서 수차례 논의가 있었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한 뒤 스프링 캠프를 출발 이전에 심판위원들이 이를 몸에 익혔다. 캠프에서 노력이 이어졌고, 연습경기를 통해 감독님들도 확인한 부분이다. 현장에서도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다는 의견을 직접 들었다. 시즌에 들어가도 이러한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이 실제로 약간 넓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투수들이 바뀐 코스에 익숙해지면 효과가 더 커질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지만 긍정 신호가 많다. 신진급 심판위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을 좁혀서 보면 판정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이 다소 강하다. 또 큰 경기, 위급한 순간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선점이다. 양상문 LG 감독은 "스트라이크존을 확대하다보면 일관성을 일부 해칠 수도 있지만 이는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타고투저가 갈수록 심각해지기 때문에 진짜 위기상황임을 인지해야 한다. 시범경기를 통해 각팀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범위 수치화(계량화)를 시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 문제는 10개 구단으로 팀이 늘어나면서 가중된 선수난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중 투수 부족은 더 심각하다. 쏟아지는 3할 타자, KBO리그 타격수치 거품논란 등과 함께 1라운드에서 조기 탈락한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패 원인으로도 거론됐다. 좁은 스트라이존에 익숙했던 국내 타자들은 메이저리그 심판진의 후한 스트라이크존에 속수무책이었다. 스트라이크존 확대는 KBO리그의 투타 밸런스 잡기와 경쟁력 제고가 목적이다. 이제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대전=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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