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는 모른다. 야구가 일상인 감독들도 이구동성이다. 오늘 10득점하다가 내일 완봉당하는 것이 방망이다. 사이클이 있다고는 하지만 1주일 , 한달 등 장기간에 해당하는 것이고, 관건은 상대투수에 따라 매일 분위기에 달라진다. 그래도 때려서 득점하지 못하면 베스트가 비기는 것이 야구다. 특히 가을엔 홈런과 예기치 못한 이의 방망이 활약이 늘 주목받는다.
두산 마운드가 가을야구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NC와의 플레이오프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었다. 넥센은 홈런왕 박병호에 유한준 이택근 서건창 김민성 김하성 등 잘치는 타자들이 즐비했던 팀, 두산은 이들을 뛰어넘었다. NC는 40홈런-40도루의 테임즈, 나성범-이호준의 중심타선이 버틴다. 게다가 팀도루 1위의 기동력까지 겸비한 팀이다. 두산은 이들마저도 무너뜨렸다.
이제 최강 삼성과 두산이 만난다. 이번에도 '치고 막는' 시리즈는 계속된다. 삼성은 넥센, 두산과 함께 '방망이 빅3'다. 삼성은 올시즌 팀타율 3할2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상하위 타선 할 것없이 고루 터졌다. 과연 삼성 방망이는 넥센-NC랑은 다르게 두산 마운드를 이겨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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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마운드가 삼성 방망이를 버텨낼 수 있을까. 이제 삼성은 지키는 야구가 더 어려워졌기에 때리지 못하면 답을 얻을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호하고 있는 두산 선수들. 창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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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연속 한국시리즈 승리를 노리는 삼성은 바짝 긴장한 상태다. 류중일 감독 스스로 "올해는 팀전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했다. 저력으로, 깡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도박 파문으로 팀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주축 선발투수 1명과 필승조에서 2명이 빠진다. 삼성은 지난 15일 도박파문이 불거진 이후 고심끝에 지난 20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시리즈에 해당 선수들을 내보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투타 밸런스가 강점인 삼성이지만 마운드 전력은 절반 가까이 바뀐다고 봐야 한다. 대체 선수들이 얼마만큼 활약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큰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세한 변화가 큰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가을야구에서 이정도 변수면 핵폭탄급이다.
자연스럽게 삼성 방망이의 폭발력 정도에 관심이 쏠린다. 두산은 이미 2개의 큰 산을 넘은 상태다. 장거리포들이 즐비한 넥센을 상대로, 그것도 사이즈가 작은 목동구장에서도 버텨냈다. 강한 응집력과 팀타격이 뛰어난 NC도 두산 마운드의 짜임새, 특히 선발진을 넘진 못했다.
두산은 니퍼트와 장원준이 핵심이다. 유희관은 시즌 막판부터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다. 유희관은 올해 삼성을 상대한 적이 없다. 지난해는 2승2패에 평균자책점 4.50으로 나쁘지 않았다.
니퍼트는 '삼성 킬러'로 불렸지만 올해 부상과 부진이 겹친 니퍼트는 정규리그에서 삼성에 당했다. 다만 '가을 니퍼트'는 완전히 달라졌다. 맹활약으로 재계약 유보였는데 재계약 확정으로 판세를 바꾸고 있다. 플레이오프에선 사흘을 쉬고도 최고의 피칭을 해내며 에이스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1차전과 4차전, 7차전에 나설지 2차전과 5차전에 나설지 몰라도 삼성으로선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마무리 이현승도 뒤쪽으로 갈수록 효용성이 커진다. 바면 삼성은 도박 파문으로 뒤를 메워줄 투수가 태부족이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체력이 고갈된 두산, 20일 가까이 푹쉰 뒤 컨디션을 조절하며 기다린 삼성. 누가봐도 삼성이 유리한 형국이었지만 도박 파문으로 변수가 요동치고 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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