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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역전패와 함께 8년 간 정 들었던 집을 떠나는 날, 넥센 히어로즈는 냉철한 자기 반성부터 했다.
구단은 지난 3일 정규시즌 최종전에서도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지 않았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가 끝난 뒤 예년과 같은 평범한 장면만 연출됐다. '2015시즌 가을야구를 착실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선수들은 현수막을 들고 관중에게 인사했다.
이는 삼성과 대비됐다. 삼성은 2일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린 대구 시민야구장에 레전드들을 모두 초대했다. 이선희 배대웅 함학수 우용득 오대석 이만수 김시진 박충식 등 삼성을 빛낸 레전드들이 옛 향수에 잠겨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 후에도 불꽃놀이 등으로 '준비된 이별'을 했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고민을 거듭했다. 작별 이벤트를 해야한다는 의견과 아니라는 의견이 팽팽했다"며 "이전과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결국 이벤트 계획도 철회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상황이 좀 다르다. 가을 야구는 보너스 게임이다. 잠실에서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승리 말고는 다른 부분을 생각할 여유도, 여력도 없었다. 선수들은 경기 후 3루쪽 덕아웃에서 나와 관중에 인사하는 걸로 마지막 목동에서의 경기를 마무리했다.
다만 구단은 8년 간의 생활을 마무리 하는 자리에서 냉철한 자기 반성을 했다. 구단 수뇌부는 SK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포함해 전날, 이날도 외야 관중석이 텅 비자 직원들을 스탠드로 올라가보도록 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팀과 함께하는 히어로즈를 만들어야 한다.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다. 물론 '잠실 라이벌' LG-두산의 경쟁 구도가 뚜렷한 상황에서 히어로즈 구단이 팬층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목동구장 근처에 사는 서울 시민조차 상당수가 LG 또는 두산 팬이다.
그래도 히어로즈는 목동 시대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가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뛰어 넘는 성적을 올리든,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쓰든, 야구팬이 찾고 싶어하는 구단을 만들자는 것이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슬픈 자화상이다. 우리도 인정한다"며 "이곳에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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