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외국인 투수들은 전지훈련에서 한 번도 실전 등판을 하지 않았다. 시범경기를 주목하는 이유다. 그러나 야수 앤드류 브라운은 뛰어난 타격감과 수비 실력을 보였다. LG 트윈스와의 연습경기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돼 김용희 감독으로부터 상금을 받고 있는 브라운. 오키나와(일본)=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외국인 선수의 실체는 시즌 개막 후 적어도 한 달은 지켜봐야 나타난다.
스프링캠프에서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심었더라도 실전에서 실망감을 안긴 선수들이 수없이 많았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말이다. SK 와이번스 외국인 선수는 투수 트래비스 밴와트와 메릴 켈리, 외야수 앤드류 브라운 등 3명이다. 지난해 7월 합류한 밴와트는 실력과 인성에서 검증이 끝난 상황이지만, 인성에서만 합격점을 받은 나머지 둘은 실전 검증을 더 거쳐야 한다. 게다가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서 투수 둘은 연습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 중 실전 검증을 거치지 않은 팀은 SK가 유일하다.
밴와트는 지난해 9승1패, 평균자책점 3.21의 호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실력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의심할 필요가 없다. 켈리는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지난 시즌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 28경기에 등판해 9승4패, 평균자책점 2.76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여기에 한국에서 실전 경험을 쌓고 실력을 끌어올려 다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기대감을 가져도 좋은 '스펙'이다.
그러나 연습경기에서 아직 보여준 것이 없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기가 힘들다. 전지훈련서 오로지 불펜피칭만 실시했다. 그렇다고 부상 때문에 연습경기에 나서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게 SK의 설명이다. 시즌 개막에 맞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한 김용희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에 대해 "결국 경기를 보면서 봐야겠지만, 준비 과정은 긍정적이었다. 시범경기에서는 정상적으로 던질 것이다"고 밝혔다. 밴와트와 켈리가 7일 시작되는 시범경기 초반부터 공식적으로 등판한다는 의미다.
두 투수 모두 150㎞에 이르는 빠른 볼과 슬라이더,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갖추고 있다. 켈리의 경우 국내 타자들의 성향, 스트라이크 존 등 환경 적응이라는 과제가 주어졌지만, 기본적으로 팀과 함께 하려는 의지가 강한 선수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이 실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이 모아지기는 다른 구단 사령탑들도 마찬가지다.
브라운은 연습경기에 출전해 어느 정도 자질을 인정받았다. 오키나와 연습경기에 6차례 출전해 타율 3할6푼8리(19타수 7안타) 1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전훈 초반 스트라이크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삼진을 많이 당했지만, 이후에는 정확한 타격으로 장타력까지 뽐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어차피 외국인 선수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최대한 기량이 나오게 만들어줘야 한다. 브라운도 마찬가지다. 기대한만큼 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며 신중한 평가를 내렸다. 일단 우려됐던 수비 실력은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브라운은 우익수가 주 포지션이다. 타구판단과 송구 능력은 연습경기에서 어느 정도 실력이 드러났다. 문제없다는 뜻이다.
밴와트와 켈리는 김광현과 함께 선발 로테이션을 앞에서 이끌 후보들이다. 브라운은 최 정, 박정권과 함께 중심타선에 포진할 예정이다. 일단 전지훈련에서는 태도와 인성면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실력은 조만간 드러나게 된다. 김용희 감독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