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KIA 이범호 첫 홈런, 큰 의미를 품은 이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4-04-09 17:38


2014 프로야구 넥센과 KIA의 주중 3연전 첫번째날 경기가 8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무사 KIA 이범호가 넥센 오재영의 투구를 받아쳐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홈런을 날리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08/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출발이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뜻. 어쨌든 시작만 잘 끊으면 이후 행보가 상대적으로 편해진다. 올해 KIA 타이거즈의 중심타자로 홈런 생산에 기여해야 하는 이범호가 드디어 홈런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첫 홈런일 뿐이지만, 꽤 큰 의미가 담겨있다.

이범호는 8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3-2로 근소하게 앞서던 3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넥센 선발 오재영을 상대로 4-2를 만드는 우중월 홈런을 날렸다.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홈런이다. 우선 넥센에게 쫓기던 와중에 상대의 기를 꺾는 동시에 팀의 기세를 살리는 중요한 홈런이다. 넥센이 곧바로 3회말 2점을 더 뽑았기 때문에 이범호의 홈런이 아니었으면 역전을 허용할 뻔했다. 이후 KIA가 경기 흐름을 내주지 않았던 데에는 이범호의 이 솔로홈런이 꽤 큰 힘이 됐다.

이렇게 경기 내적인 의미 외에 팀 전체적으로 봐도 이범호의 홈런은 중요했다. 올해 KIA는 장타력 측면에 있어 다른 팀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들었다. 실제로 팀 홈런이 이 경기 전까지 불과 세 개로 9개 구단 중 최하위였다. 3홈런 모두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이 친 것이다. 다른 국내 타자들, 특히 홈런 생산력이 있는 나지완 이범호 신종길 등이 침묵했다. 여기에 장타력이 있는 또 다른 타자인 김주형이 시즌 개막전에서 무릎을 다쳐 엔트리에 빠지며 '장타력 약화'가 시즌 초 고민거리로 굳어져가고 있었다.

이범호의 홈런포가 가동을 시작한 것은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실마리로 볼 수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꽤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나지완이나 신종길 등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중심타자들이 최근 점점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범호의 홈런은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

경기 내적, 그리고 팀 전반적인 의미 외에 이범호 개인으로서도 이 홈런은 무척 반갑다. 지난해에 비해 훨씬 빠른 시점에 나온 첫 홈런이라는 점에서 타격 페이스가 지난해보다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범호는 팀에서 가장 많은 24개의 홈런을 쳤다. 2009년 이후 4년만에 20홈런 고지를 돌파하며 장타력의 부활을 알렸다.

그런데 지난해 첫 홈런은 꽤 늦게 터졌다. 시즌 15번째 경기였던 4월21일 인천 SK전에서 마수걸이 홈런을 쳤다. 이후 4월24일 창원 NC전에 홈런을 하나 추가한 이범호는 5월에 3개, 6월에 6개, 7월에 3개, 8월에 4개, 9월에 6개의 월별 홈런 페이스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8번째 경기에서 첫 홈런을 날렸다. 이런 페이스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의 24개보다 더 많은 홈런을 날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향후의 일을 미리 짐작하는 건 성급하다. 그러나 첫 출발이 빨랐다는 건 선수 개인에게도 큰 자신감을 전해줄 수 있다. 시즌 개막 후 첫 안타나 홈런이 나오는 시점이 길어질수록 선수는 초조해진다. 반면, 빗맞은 안타라도 빨리 나오면 나올수록 평정심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타석에서의 자신감은 좋은 타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 모든 타격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다. 결과적으로 이범호가 8일 넥센전에 기록한 첫 홈런은 이범호 개인과 팀 전체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