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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첫 출발이 어렵고도 중요하다는 뜻. 어쨌든 시작만 잘 끊으면 이후 행보가 상대적으로 편해진다. 올해 KIA 타이거즈의 중심타자로 홈런 생산에 기여해야 하는 이범호가 드디어 홈런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첫 홈런일 뿐이지만, 꽤 큰 의미가 담겨있다.
이범호의 홈런포가 가동을 시작한 것은 이런 답답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실마리로 볼 수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꽤 자극제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나지완이나 신종길 등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중심타자들이 최근 점점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살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범호의 홈런은 이런 분위기를 한층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
경기 내적, 그리고 팀 전반적인 의미 외에 이범호 개인으로서도 이 홈런은 무척 반갑다. 지난해에 비해 훨씬 빠른 시점에 나온 첫 홈런이라는 점에서 타격 페이스가 지난해보다 낫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범호는 팀에서 가장 많은 24개의 홈런을 쳤다. 2009년 이후 4년만에 20홈런 고지를 돌파하며 장타력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올해는 8번째 경기에서 첫 홈런을 날렸다. 이런 페이스가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의 24개보다 더 많은 홈런을 날릴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아직 시즌 초반이라 향후의 일을 미리 짐작하는 건 성급하다. 그러나 첫 출발이 빨랐다는 건 선수 개인에게도 큰 자신감을 전해줄 수 있다. 시즌 개막 후 첫 안타나 홈런이 나오는 시점이 길어질수록 선수는 초조해진다. 반면, 빗맞은 안타라도 빨리 나오면 나올수록 평정심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타석에서의 자신감은 좋은 타격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건 모든 타격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바다. 결과적으로 이범호가 8일 넥센전에 기록한 첫 홈런은 이범호 개인과 팀 전체에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분석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