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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3, 3대2, 4대3, 2대1.
4경기 기록을 살펴보자. 히어로즈가 팀 타율 2할2푼6리 팀 평균자책점 2.48, 두산이 팀 타율 2할1푼8리 팀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했다. 매경기에 마운드를 총력가동하는 포스트 시즌이라는 걸 감안해도 타선의 부진이 눈에 띈다.
히어로즈와 두산은 공격력에 강점이 있는 팀이다. 히어로즈는 정규시즌에 127개의 홈런을 터트려 팀 홈런 1위에 올랐고, 두산은 팀 타율 2할8푼7리로 이 부문 1위 팀이다. 준플레이오프 시작 전부터 이택근 박병호 김민성 강정호로 이어지는 히어로즈 중심 타선의 파워대한 기대가 높았다. 그런데 4경기에서 나온 홈런이 딱 2개다. 박병호와 김민성이 각각 1개씩 홈런을 뽑았다. 중심타자 4명 중 이택근 김민성, 두 선수만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홈런은 오히려 두산이 3개로 히어로즈보다 1개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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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팀의 타격 부진, 집중력 저하는 페넌트레이스 최종전까지 이어진 치열한 순위싸움의 영향이 크다. 히어로즈와 두산 모두 정규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2위를 놓고 경쟁했지만, 결국 3~4위로 마감했다. 히어로즈의 경우 마지막 5경기를 모두 원정경기로 치렀다. 마산-인천-광주-대전으로 이어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포스트 시즌 직전 5경기 타율이 2할1푼1리에 그쳤다. 정규시즌 말미의 떨어진 타격 사이클이 포스트 시즌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두산 또한 순위싸움의 후유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양준혁 SBS 해설위원은 "보통 정규시즌 4~5경기를 남겨놓고 포스트 시즌 진출이나 순위를 확정해야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원활하게 준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히어로즈나 두산 모두 이런 시간을 갖지 못해 힘든 경기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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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스트 시즌이 주는 중압감 또한 집중력 저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큰 경기 때 감독 등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편하게 경기를 하라"이다. 이런 부분을 의식하다보면 경기 전이나 경기 중에 덕아웃 분위기가 밝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그라운드에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안경현 SBS ESPN 해설위원은 "흔히 야구를 즐기자는 말을 자주하는데 현실성이 떨어지는 얘기다. 타석에 서면 이전 타석에서 못 했던 걸 만회해야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게 되고, 한 번 안 풀리기 시작하면 계속 꼬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들쭉날쭉한 경기 시간도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저해가 된다. 8일 1차전은 오후 6시, 9일 2차전은 오후 2시, 11일 3차전은 오후 6시, 12일 4차전은 오후 2시에 시작했다. 낮 경기와 밤 경기를 번갈아가며 치르면서 최상의 컨디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히어로즈와 두산은 홈구장에서 열린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14일 5차전은 목동구장에서 벌어진다. 2연패 후 2연승을 거둔 두산과 다시 안방에 돌아온 히어로즈. 누가 마지막 순간에 활짝 웃을 수 있을까.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