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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롯데와 1-1로 팽팽히 맞선 KIA의 7회말 수비. 1사 1루에서 롯데 1번 타자 황재균이 친 타구가 3-유간으로 흘렀다. 유격수 왼쪽의 깊숙한 코스. 이날 KIA 선발 유격수로 나선 홍재호는 기막힌 다이빙 캐치로 이 땅볼 타구를 걷어냈다. 그러나 후속 동작, 즉 '세컨드 플레이'가 최악의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홍재호가 2루에 악송구를 하면서 선행주자를 오히려 3루까지 가게 했다. 롯데는 결국 희생플라이로 쉽게 1점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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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 시즌 KIA는 바로 이런 '집중력'의 측면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진다. 한 두 경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시즌 중반 이후 계속 이런 현상이 유지됐다. 결과적으로 올해 몰락의 주요 원인을 '집중력 부재'에서 찾을 수도 있다. 앞서 예를 든 두 가지 장면. 28일 광주 홈구장에서 롯데에 승리를 헌납한 모습은 이런 집중력 부재 현상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올해 KIA의 몰락은 상당히 의외의 사건으로 분류된다. 시즌 개막을 앞둔 KIA는 자타공인 '우승 후보'였다. 일단 기존 전력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부상자도 없었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 수급과 FA영입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KIA의 선전을 예상했다.
이같은 실패의 원인은 여러가지다. 그 중에서도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바로 '집중력 부재'다. KIA가 올해 패한 경기들 중에는 28일 롯데전처럼 마지막 순간 허망하게 자멸한 케이스가 많다. 경기 초중반까지는 선수들이 상대와 힘대결을 펼치다가도 정작 승부처에서는 어이없는 실수나 조급한 플레이로 패배를 자초했던 것이다.
롯데전 7회초 유격수 홍재호도 사실 매우 좋은 수비를 했다. 뛰어난 순발력으로 타구가 외야로 나가는 걸 막아낸 점은 칭찬할 만 하다. 그러나 홍재호는 필요 이상으로 급했다. 몸을 완전히 일으키지도 못한 상태에서 선행주자를 잡으려고 2루에 공을 무리하게 뿌렸다. 타이밍상 송구가 정확했더라도 선행 주자를 잡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팽팽한 경기 후반 상황의 수비는 안정성을 중요시해야 한다. 경험이 적은 홍재호가 간과한 부분이다.
홍재호의 악송구보다 더 아쉬운 장면이 바로 베테랑 이범호의 미숙한 주루 플레이였다. 무사 1, 3루라면 역전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서 3루 주자인 이범호는 굳이 리드를 크게 벌릴 이유가 없다. 경험이 많은 이범호라면 내야 직선타로 더블 아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범호의 경기 상황 집중력은 그렇게 뛰어나지 못했다. 결국 더블아웃을 자초하고 말았다.
비단 이들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KIA 선수단 전체적으로 집중력의 저하 문제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개선해야만 한다. 기본 전력이 뒤지지 않는데, 계속 진다면 전략과 태도를 수정할 필요도 있다. 올해 남은 기간에서라도 KIA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내년에 대한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불어 팬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