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가운데 왼손 요원은 최대 1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각팀의 왼손 투수에 대한 선호도가 이번 스토브리그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왼손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할 때 포스팅비와 연봉을 합쳐 6000만달러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왼손이라는 점이었다. 프로팀 스카우트들은 아마추어 야구를 관전할 때 왼손 투수가 등장하면 더욱 긴장하며 스피드건을 든다. 왼손 투수는 오른손 투수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 보통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고, 오른손 타자도 대각선 방향에서 들어오는 왼손 투수의 몸쪽 공에 약한 경우가 많다. 1루주자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도루 등에서 제약을 많이 받는다. 또 팀 선발진 구성에서도 오른손과 왼손이 공존할 경우 3연전시 상대 타선에 혼란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두 경기에 오른손 선발을 낸 후 3번째 경기에 왼손 선발을 내면 상대 타자들은 생소한 측면이 생긴다. 오른손에서 왼손 투수로의 변화는 시각적으로도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팀, 어떤 상황이라도 왼손 투수에 대한 선호도는 절대 낮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내년 시즌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토종 선발 중에 왼손이 크게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이 미국으로 떠났고, SK 김광현은 어깨 부상으로 재활을 지속해야 한다. 특급 대접을 받는 왼손 투수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많은 팀들이 왼손 외국인 투수들을 크게 선호하고 있다.
SK는 이미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모두 왼손 투수로 채웠다. 크리스 세든과 덕 슬래튼 모두 새롭게 국내 마운드에 오르는 왼손 투수다. 김광현의 부상, 정우람의 군입대로 인해 왼손 수요가 커졌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슬래튼은 왼손 불펜으로 기용될 수도 있다.
두산은 마무리 프록터를 포기할 경우 왼손 선발을 뽑는다는 계획이다. 선발진이 오른손 일색이기 때문이다. 3년째 계약이 사실상 확정된 니퍼트를 비롯해 김선우 노경은 이용찬 모두 오른손 선발들이다. 왼손 선발에 대한 필요성을 올시즌 절감한 두산이다. 평가 작업이 한창 진행중인 가운데 영입 후보 5명 가운데 왼손 선발이 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도 바티스타와의 재계약을 확정한 가운데 나머지 한 명의 외국인 선수를 왼손 선발로 뽑을 예정이다. 류현진의 자리를 메울 특급 왼손 투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응용 감독이 휴식겸 미국에 머물면서 왼손 후보들에 대한 평가를 마쳤다. 조만간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재계약이 확정된 외국인 투수 가운데 넥센 밴헤켄과 롯데 유먼이 왼손이다. LG의 경우 왼손 주키치와 재계약한다는 방침이고,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선발로 뽑기로 한 NC도 1명 정도는 왼손으로 채울 것으로 보인다.
아직 외국인 선수 영입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삼성, KIA도 왼손 투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국내 마운드에 오르는 외국인 투수 19명 가운데 왼손은 최대 9~10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 판도가 왼손 주류로 흐를 가능성도 높다. 이에 따라 내년 시즌에는 각 팀의 왼손 타자들이 이들 왼손 외국인 투수들을 상대로 어떤 타격을 보일지도 관전포인트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