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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시즌 치르나?" 김경문-김성근의 1년만의 재회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06-15 15:29


◇김경문 감독과 김성근 감독이 퓨처스리그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퓨처스리그 NC다이노스의 김경문 감독과 독립야구단 고양원더스 김성근 감독이 15일부터 17일까지 마산구장에서 3연전을 치른다. 이번 경기는 교류 경기 임에 공식 기록에서는 제외 된다. 15일 경기 전 NC 김경문 감독이 고양 김성근 감독을 찾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창원=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m.com

"포스트시즌 치르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두 노장 감독도 오랜만에 쏟아진 관심에 살짝 상기된 모습이었다. 1년만의 재회에 미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15일 마산구장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독립야구단 고양 원더스의 퓨처스리그 교류전. 2군 경기인데다 그나마도 정규리그도 아니지만, 비상한 관심을 끌 수 밖에 없었다. 2007, 2008시즌 연속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나는 등 프로야구 1군 사령탑 시절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던 NC 김경문 감독과 고양 김성근 감독이 사상 처음으로 2군에서 맞붙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방송 카메라를 비롯해 취재진, TV 중계 해설진까지 10여명이 경기 전 덕아웃에 몰려들었다. 김경문 감독은 "왜 이리 취재진이 많냐"며 "마치 포스트시즌 치르는 것 같네"라고 웃었다. 김성근 감독도 2군 최고의 '빅카드'라는 설명에 비가 올듯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빅'이 아닌 '비'카드 아니냐"면서 "그동안 경기할 때 조용해서 좋았는데 오늘은 아니겠네"라면서도 결코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지난해 6월12일 잠실구장서 두산과 SK 감독으로 만난 이후 1년하고도 3일만의 재회. 함께 만났을 때는 농담을 나눴고, 1군 프로야구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이면서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살살 해줘!"

김성근 감독이 오후 1시 경기에 앞서 오전 11시30분에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자 감독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후배 김경문 감독이 3루측 덕아웃을 찾아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살쪘네. 배도 나오고. 좋아보이는군." 김성근 감독이 칭찬인지, 견제구인지 모를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은 멋쩍은듯 웃으며 "내년 1군에 가면 빠지겠죠"라고 응수했다. 김성근 감독이 "잘 준비가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역시 외국인선수와 FA 영입이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얘기하자 김경문 감독은 "맞습니다. 아무래도 투수 보강에 신경쓸 예정입니다. 8개 구단의 20명 보호선수 이외에 뽑아올 8명의 선수도 중요하죠"라고 말했다. 이에 김성근 감독은 "우리 고양 선수들도 10명만 보호선수로 묶을테니 1명 뽑아가라"며 특유의 유머를 던졌다.


두 감독은 NC의 모기업인 엔씨소프트의 대주주가 넥슨으로 바뀐 문제, 2군 일정 등 다양한 관심사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1루측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김경문 감독을 향해 김성근 감독은 "오늘 살살해줘!"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너무 긴장된다"

김경문 감독에게선 이날 경기에 대한 은근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는 "김성근 감독님과는 1년만의 재회다. 그런데 아무래도 프로구단이 아니다보니 신경 쓰인다. 최선을 다할 수도, 안 할 수도 없지 않냐"며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그냥 오늘 우리가 이겨도, 일요일에 져서 공평하게 1승1패만 하면 괜찮은 그림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날 1회부터 선발 원종현이 2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하자 ⅓이닝만에 황덕균으로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한편 김 감독은 "내년 일정을 보니 4월2일 첫 마산구장 홈경기를 하더라. 마치 날 받아 놓은 사람처럼 벌써부터 긴장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10개월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 "나성범, 조평호 등 팀 중심타선에 대한 구상은 어느정도 끝났지만 나머지 타순은 계속 시험을 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시즌 초반 의욕이 앞선 선수들이 좋은 감각을 유지하다 지난달 중순부터 페이스가 많이 떨어졌다. 시즌 내내 고른 경기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위 2개팀인 한화, KIA나 머리 터지게 싸우고 있는 6개팀 감독들 모두 죽을 맛일 것"이라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아무래도 내년 우리를 집중 타깃으로 들어올 팀이 많을 것이다"라고 경계감을 나타냈다.

시즌 후반부터는 번트나 슬러시 등 세밀한 플레이도 준비할 예정이라며 "외국인선수는 투수 중심, FA는 팀의 구심점을 잡아줄 선수 영입을 구상중이다. 어쨌든 우리의 슬로건대로 '거침없이' 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야구 수준이 떨어졌다"

김성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오랜만에 지방원정 경기를 왔다. 놀러온 느낌"이라고 말했지만, 외국인선수 타일러 럼스텐을 선발로 내세웠다. 지난해 대만 프로야구 슝디 엘리펀츠에서 10승을 기록했던 고양의 사실상 에이스. 김 감독은 "외국인선수를 쓰지 않으면 상대팀이 우리를 우습게 안다. 최선을 다해야 상대도 열심히 우리와 맞설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90년 8구단 쌍방울이 만들어졌을 때보다 NC 선수들의 수준이 낮다. 그때 쌍방울에는 김기태 김원형 조규제 등이 있었다. 또 당시 1군 무대와 지금 1군의 수준차는 현격하다"며 "NC에겐 쉽지 않은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시즌 1군 프로야구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감독은 "접전을 펼치고 있어 팬들은 재밌을지 모르지만, 이건 그만큼 리그 수준이 떨어진 것이다. 올해처럼 신인이 많이 기용되는 시즌이 있었냐"며 "스프링캠프에서 준비가 잘 안된 것이다. 감독들은 선수들과 타협한 셈이고, 선수들은 자기 계발을 게을리했다"고 일갈했다.

또 "10구단 창단이 고민할 문제인가. 선수를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선수 자원이 부족하다고만 얘기한다"며 "야구의 기반이 말라가고 있다.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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