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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리거 출신 정성기, 그의 끊없는 도전이 빛나는 이유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06 12:52


◇NC 다이노스 2차 트라이아웃에 도전장을 내민 미국 마이너리그 출신 정성기가 피칭 시범을 보이고 있다. 창원=김재현 기자 basser@sportschosun.com

NC 다이노스의 2차 트라이아웃 두번째 날인 6일, 40명의 참가자 가운데 가장 까만 얼굴이 눈에 띄었다.

몸매도 약간 수척한데다 가장 나이 들어보이는 얼굴, 하지만 눈빛 하나만큼은 그 어느 선수보다 살아 있었다.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자체가 감사할 따름이죠." 미국 메이저리그 애틀란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정성기(32). 비록 마이너리그이긴 해도 빅리그의 언저리에서 뛰었던 선수였지만, 트라이아웃이 열리는 마산구장에선 참가자 가운데 하나인 '9번'일 뿐이었다.

프로에 아예 지명되지 못했거나, 아니면 높은 경쟁율을 뚫고 프로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철저히 버림을 받았던 저마다의 아픔을 가지고 간절한 마음으로 트라이아웃에 나선 40명의 선수들, 그 사이에서 정성기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40명 가운데 유일한 30대, 가장 어린 참가자인 임성수(19)와는 띠동갑도 넘는다.

동의대를 졸업한 후 지난 2002년 청운의 꿈을 안고 애틀란타로 건너갈 때만 해도 정성기의 인생은 거칠 것이 없었다. 순천효천고를 졸업한 후 프로에 지명을 받지 못했지만, 사이드암 투수로 대학 때 명성을 날리다보니 2학년 때부터 여러 메이저리그 동아시아 담당 스카우트들의 눈에 띈 것.

"성공 확률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 메이저리그 도전이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2학년 이후 3년간 따라다니며 설득을 하더라구요. 박찬호 선배의 활약상도 자극이 됐구요." 사실 정성기는 국내 프로야구 진출에 대한 꿈이 더 컸다. 하지만 어려운 집안 사정은 더 큰 무대 도전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렇게 정성기는 2003년 루키리그를 거쳐 싱글A에서 마무리 투수로 이름을 날리며 아메리칸 드림을 향한 단계를 차곡차곡 밟아나갔다. 하지만 이런 꿈도 잠시, 이듬해 터진 병역비리는 정성기의 아킬레스건이 됐다. 3년간의 군생활과 방황, 정성기의 도전은 그대로 끝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정성기는 다시 일어섰다. 2007년 애틀란트 산하 싱글A 마이틀 비치에서 22세이브에 방어율 1.15로 팀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고, 그해 말 더블A로도 승격됐다. 당시 애틀란타 구단주였던 조나단 숄츠의 아들도 싱글A에서 뛰었다. 구단주는 아들 때문에 자주 싱글A 경기장을 찾았고, 정성기의 어깨엔 더욱 힘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미국 진출 초반부터 자신의 멘토였던 투수코치 켄 윌리스에 투정도 해봤다. "왜 나는 더블A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냐고." 윌리스 코치는 "유망주는 트리플A를 거치지 않고 더블A에서 메이저리그로 바로 승격시킨다"며 정성기를 달랬고, 여기에 힘을 얻어 더 열심히 던졌다. 2008년에는 메이저리그 바로 전단계인 트리플A에도 잠시 올랐지만, 1경기도 던지지 못하고 다시 더블A로 내려오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시즌이 끝난 후 구단주는 바뀌었고, 정성기는 애너하임으로의 트레이드를 통보받았다. 한계를 느낄 그 즈음, 국내의 한 구단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 그토록 그리던 국내 무대를 밟으려던 순간, 국내 드래프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바로 진출한 선수는 국내에서 2년간 뛸 수 없다는 조항이 또 다시 발목을 잡았다.

다시 이어진 2년간의 방황, 여기서 끝날 수는 없었다. 개인훈련을 하며 몸을 만들던 정성기는 최근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 신청을 했지만, 서른을 훌쩍 넘은 그를 거들떠 보는 팀은 없었다.

NC의 2차 트라이아웃은 그에게 어쩌면 마지막 도전 무대일 수 있다. 순천에서 창원으로 오던 정성기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어떻게 주어진 기회인데…". 병원 대신 마산구장으로 달려온 정성기는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까마득한 후배들과 그렇게 경쟁을 하고 있었다.

NC의 스카우트는 "최고 구속이 134㎞정도 나왔다. 아직 정상의 몸은 아니지만, 개인훈련을 한 투수치고는 몸 상태가 괜찮은 것 같다. 무엇보다 열의가 높다"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기가 과연 국내 프로야구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트라이아웃에서 발탁된다고 해도 1년이 넘는 훈련과 2군 기간동안 팀내 서바이벌 경쟁도 남아있다. 하지만 정성기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감, 분명 있습니다.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클리블랜드의 간판타자인 해프너를 돌려 세우기도 했죠. 그 때의 두근거리는 마음, 이제 NC의 마운드에서 느껴보고 싶습니다."
창원=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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