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사는 이모씨는 아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손가락이 문틈에 끼여 한 마디가 절단되자 "서울의 최고 대학병원에서 수술시키겠다"며 고속도로를 달려 상경하다가 큰 낭패를 당했다. 중간에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걸었는데 "우리 병원에는 수지접합을 하는 의사가 없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휴게소에 차를 세우고 수지접합 전문병원을 수소문해서 아이를 데려가야 했다. 이처럼 대형 병원에 가면 오히려 최고의 수술을 받기 어려운 질병이 있다. 어떤 경우인지 소개한다.
맹장염: 맹장염으로 대형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제때 수술받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대형병원 응급실은 늘 북새통인데, 응급실 진료는 도착 순서가 아니라 생명이 위급한 순서가 원칙이라서 맹장염은 늘 뒤로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 무조건 기다리면 맹장염이 복막염으로 퍼질 수도 있으므로, 맹장염 진단을 받았는데 대기 환자가 많으면 수술 가능한 작은 병원으로 즉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 대형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내원 환자가 맹장염 확진을 받으면 가까운 협력병·의원을 소개해서 보내주기도 한다.
임플란트: 임플란트 수술은 비용 차이가 크다. 대학병원 치과에서 교수에게 임플란트 수술을 받으면 비용은 개업 치과보다 최고 3~4배 비싸다. 개업 치과는 경쟁 때문에 진료비가 예전보다 많이 내려간 반면, 대학병원은 진료비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가 수술 전 단계의 검사와 영상촬영 등에도 모두 특진비가 붙기 때문이다. 한편, 처음 받은 임플란트 시술이 잘못됐거나 후유증이 심하게 생기면 대학병원 치과의 구강악안면외과에서 재수술 등 정밀한 재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비용을 따지기보다 전문적인 진료를 우선해야 한다.
이동혁 기자 d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