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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올해 나이 64세. 프랑스 명장이 한국 배구에 발을 들였다.
일본 남자배구는 지난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3위, 파리올림픽 8강의 성과를 거두며 배구 강국으로 올라섰다. 반면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24년간 올림픽 본선조차 나서지 못했고, VNL 역시 2018년 이후 강등돼 챌린지컵에만 참여중이다.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선 1962년 자카르타 대회 이후 61년 만에 노메달 굴욕까지 맛봤다.
그나마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올해 세계선수권에 진출, 터닝포인트를 마련한 상황.
브라질 출신의 파에스 감독은 '한국 배구의 발전방향'을 묻자 '지금 부딪힌 한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수들이 편안하게 안주하다가 어려운 도전을 하게 되면 당연히 고비에 부딪힌다. 빠르고 강한 배구는 국제 표준이다. 한국도 빠른 배구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블랑 감독의 생각도 맥락은 같다. 그는 "긴 시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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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표팀에 (코치로)처음 온게 8년 전이다. 그때만 해도 일본과 한국 배구 대표팀은 대등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큰 차이가 난다."
이렇게 격차가 벌어진 이유에 대해선 일본 배구대표팀에 체력 코치를 신설하는 등 '더 나은 배구'를 위한 장치들을 도입된 효과라고 설명했다.
블랑 감독은 "대표팀은 내가 직접 계획을 세우고, 선수를 뽑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반면 클럽팀은 드래프트라는 추첨으로 많은 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환경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V리그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조언을 던졌다.
"신인 드래프트는 10월이 아니라 5월에 열려야 한다. 그래야 소속팀에서 충분한 훈련을 소화한 뒤 리그에 나설 수 있다. 지금 시스템으로는 어린 선수들이 몸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리그에 투입돼야 한다."
이는 국내 배구 사령탑들 또한 수차례 지적해온 단점이지만, 전국체전과 대학 배구 등 현실에 밀려 아직도 개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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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기(리그 취소) 이후 대한항공의 4년 연속 통합 우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그래도 전광인-허수봉-박경민 등 탄탄한 토종 라인업에 외국인 선수로 레오와 덩신펑이 더해졌다. 요스바니를 뽑은 대한항공과 함께 올시즌 2강 전력으로 평가된다. 시즌전 열린 통영도드람컵에서도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블랑 감독은 "각 팀마다 팀 컬러가 있는데, 대한항공은 받아치는 능력이 좋은 팀이다. 우린 피지컬과 공격력에서 우수한 팀이라고 본다. 우리 선수들이 기술적인 발전을 더 이뤄내길 바란다. 결국 승부는 디테일에서 갈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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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영석과 이현승을 내주고 세터 황승빈을 영입했다. 블랑 감독은 "컵대회에서 이준협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긴 시즌을 치르기 위해선 중요한 순간 팀을 리드할 선수가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미들블로커는 젊은 정태준-김진영에 베테랑 최민호가 더해진 모습. 오는 11월 제대하는 송원근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한국배구에 대한 마지막 조언은 이랬다.
"선수들은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리그는 젊은 선수들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선수 활용에 대한) 클럽과 대표팀의 유기적인 소통이 중요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