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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배구황제' 김연경은 데뷔 때부터 말 그대로 성적 보증수표였다. 첫 4시즌 중 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패배는 특히 뼈아팠다.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며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졌다. 이어 5전3승제로 치러진 챔피언결정전에서 1~2차전 연속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무언가에 홀린 듯 3연패로 무너졌다. 천하의 김연경도 좀처럼 충격을 극복하기 힘들었던 '리버스 스윕'이었다.
2023~2024시즌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정규시즌 1위를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다했지만, 승점 1점 차이로 현대건설에게 내줬다. 이 과정에서 선수단의 체력이나 컨디션을 관리해줄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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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시즌은 오히려 더 많이 뛰었다. 외국인 선수의 부진까지 겹쳐 생애 최다 세트(140세트), 최다 공격횟수(1545회), 최다 득점(775득점)을 기록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플레이오프에 임해야 한다. 체력 걱정이 안될 수 없다.
반면 3위 정관장은 일찌감치 3위 및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 짓고 주축 선수들에게 휴식을 줬다. 준플레이오프 없이 곧바로 흥국생명과 격돌한다.
터키부터 김연경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1위보다 2경기 더 이겼는데 2위라니"라며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본단자 감독이 보는 3팀의 우승 가능성은 말그대로 33%씩이다. "현 시점에서 최강팀은 없다"고 단언했다.
플레이오프 상대 정관장은 주장 이소영이 출전하기 어려운 상황. 하지만 흥국생명은 1라운드 때 이소영 없는 정관장에게 패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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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은 시즌 막판 옐레나 대신 대체 선수로 윌로우 존슨을 영입했다. 윌로우는 선수단에 에너지를 불어넣고 분위기를 바꾸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뛰어난 외인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혹시 모를 '전설'의 응원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윌로우의 아버지 랜디 존슨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03승, 4135⅓이닝, 탈삼진 4875개를 기록한 전설이다. 현역 시절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서 김병현과 함께 뛰며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그는 무릎수술 후 회복중이다. 전세기 아닌 일반 비행기로는 거동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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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김연경에게 더 이상 따로 해줄 말은 없다. 정규시즌처럼 플레이오프에서도 잘해주길 바란다"면서 "나이가 적진 않지만, 코트에서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준 적은 없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김연경을 마주 보는 정관장의 입장은 어떨까. 정호영은 "봄 배구의 압박감을 느낀다. 그 기분을 이겨내 보고 싶다"며 필승 의지를 다졌다. 특히 자신의 기술적인 성장에 있어 미들블로커 출신인 고희진 감독의 가르침이 컸다며 감사를 표했다. 공격과 블로킹 외에 2단 연결 등 네트 앞 팀플레이를 특히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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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은 "흥국생명전은 항상 팬들이 많이 오시지만, 평소에 그 함성을 느껴본 적은 없다. 그만큼 집중한다. 벤치에 딱 앉으면 그때 비로소 '오늘 사람이 많구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연경 언니의 무서운 점은 본인 플레이가 안되고 있을 때도 팀을 하나로 만들어서 덤빈다는 거다. 기에서 눌리면 절대 안된다"고 거듭 다짐했다.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플레이오프 1차전은 오는 22일 오후 7시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