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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의 나이, 평범한 바리스타의 삶을 살았던 백목화(29)가 약 1년 5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백목화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프로 생활까지 합치면, 16년 동안 배구만 해오다 2016년 덜컥 미계약자로 남았다. 그러나 백목화는 "의외로 답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쉽게 놔버려서 홀가분한 마음이 있었다.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하셨지만, '끝났다'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로웠다. 후배들이 카페에 찾아와서 얘기를 나눠보니 그 안에서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배구 외적으로도 얽매이는 게 많았다. 그만두고 다른 생활과 일들을 하니 더 자유로웠다. 일이 끝나고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되돌아봤다.
배구의 끈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팬으로 배구장을 찾았다. 백목화는 "남자친구와 팀을 하나 정해서 응원을 하기로 했다. 다섯 번 정도 배구장에 갔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와중에 다른 팀들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백목화는 단호했다. 그는 "당시에는 아예 배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질린 느낌이었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코트 안에서 리시브를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 생각을 하니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자유'를 갈망했던 백목화는 공교롭게도 '강훈련'으로 악명 높은 IBK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백목화는 이에 대해 "걱정은 됐다. 하지만 어차피 하기로 시작했으니 성적이 좋길 바란다. 많이 혼나더라도 결과물이 좋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면서 당당한 선수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백목화는 "공백기로 걱정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조심스럽다. 팬들은 예전의 백목화를 기억하실 것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 모습이 다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 그 자신감으로 복귀를 결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IBK 팬들이 SNS를 통해 응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조금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면서 "팀에서 주전이 안 되더라도, 아주 작은 부분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용인=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