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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트로 돌아온 백목화 "복귀 계기로 당당해지고 강해지겠다"

선수민 기자

기사입력 2018-06-08 05:00


IBK기업은행 훈련복을 입은 백목화. 사진=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20대 후반의 나이, 평범한 바리스타의 삶을 살았던 백목화(29)가 약 1년 5개월 만에 코트로 돌아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 KGC인삼공사와의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이름은 백목화였다. 2016시즌이 끝난 뒤 FA 미계약자로 남았던 백목화. 그는 지난해 1월 배구 코트를 떠났다. 하지만 IBK기업은행은 레프트 자원이 필요했고, 적극적인 구애 끝에 백목화를 영입했다. 이정철 IBK 감독은 "대포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본은 할 수 있는 선수다. 또 성실하다"며 영입 배경을 밝혔다.

백목화는 1일 IBK 유니폼을 입고 선수단에 합류했다. 5일 용인 기흥구 IBK 연수원에서 만난 백목화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터뷰를 할 때,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런데 엄청 힘든 것 같다"면서 "아직 선수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훈련하고 있지는 않다. 조절하면서 하고 있다. 안 하다가 해서 힘들지만, 그래도 오랫동안 해온 일이라 마음만은 금세 적응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며칠 지켜본 이 감독은 "그래도 등산할 때 보니 흉내는 내더라. 나름 운동을 해왔다고 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백목화는 "몸 관리 차원에서 하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고 말했다.

백목화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프로 생활까지 합치면, 16년 동안 배구만 해오다 2016년 덜컥 미계약자로 남았다. 그러나 백목화는 "의외로 답답하지 않았다"고 했다. "쉽게 놔버려서 홀가분한 마음이 있었다. 부모님이 많이 서운해하셨지만, '끝났다'는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지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유로웠다. 후배들이 카페에 찾아와서 얘기를 나눠보니 그 안에서 너무 아등바등 살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배구 외적으로도 얽매이는 게 많았다. 그만두고 다른 생활과 일들을 하니 더 자유로웠다. 일이 끝나고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고 되돌아봤다.

배구의 끈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팬으로 배구장을 찾았다. 백목화는 "남자친구와 팀을 하나 정해서 응원을 하기로 했다. 다섯 번 정도 배구장에 갔던 것 같다"고 했다. 그 와중에 다른 팀들의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백목화는 단호했다. 그는 "당시에는 아예 배구를 할 생각이 없었다. 질린 느낌이었다. 다시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없었다. 제안을 받았을 때, 코트 안에서 리시브를 준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 생각을 하니 너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는 IBK의 적극적인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이 감독을 비롯한 구단 직원들은 백목화의 부담을 최대한 덜어주려 했다. 백목화는 "긍정적인 얘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감독님의 '너무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된다. 예전보다 부담이 덜할 것이다'라는 얘기를 듣고 결정이 쉬워졌던 것 같다. 또 예전보다는 배구 외적인 부분에 덜 얽매이면서, 팀 하나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야가 넓어지고 인간 관계에서도 여유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가족도 묵묵히 백목화를 응원했다. 그는 "부모님도 강력하게 '배구를 하라'고 하시진 않았다. 다만 '우리에게 낙을 달라'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자유'를 갈망했던 백목화는 공교롭게도 '강훈련'으로 악명 높은 IBK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 백목화는 이에 대해 "걱정은 됐다. 하지만 어차피 하기로 시작했으니 성적이 좋길 바란다. 많이 혼나더라도 결과물이 좋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앞으로 살아가면서 당당한 선수가 됐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강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답했다.

백목화는 "공백기로 걱정이 많은 것도 알고 있고, 조심스럽다. 팬들은 예전의 백목화를 기억하실 것이다. 열심히 하다 보면 그 모습이 다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 그 자신감으로 복귀를 결정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IBK 팬들이 SNS를 통해 응원을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그 기대에 부응하도록 열심히 하겠다. 조금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면서 "팀에서 주전이 안 되더라도, 아주 작은 부분에서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용인=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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