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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삼성이 홈팬들로부터 거센 야유를 받았다.
올 시즌 개막 이후 연이은 무승(4무1패). 같은 기간 동안 1승이라도 건졌던 작년 시즌보타 더 암울한 결과다. 결국 쌓였던 홈팬들의 분노가 응원석에서 폭발했다.
서정원 감독과 주장 염기훈은 "야유를 받아도 마땅한 경기였다"며 각자 잘못을 인정했다. 스포츠 경기란 게 상대적이다. 이날 상주전만큼은 수원 선수들을 무기력하게 만들 정도로 상주의 군대축구 조직력과 파이팅이 좋았다. 상주의 민첩한 수비라인 복귀 능력, 지칠 줄 모르는 측면 공략은 수원을 압도한 게 사실이다. 수원에게 굴욕적인 평가지만 무실점, 비긴 것만 해도 다행일 정도였다.
그런 자괴감이 팬들의 야유 데시벨을 높게 만들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낙담하기엔 아직 이르다. 시급한 문제점부터 극복하면 다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브라질 용병 조나탄은 누가 뭐래도 수원의 최전방 해결사다. 2016년 하반기 수원 기사회생의 일등공신이었고, 지난 동계훈련에서도 팀내 최고의 골감각을 보였다. 주변의 기대와 칭찬이 독이 됐을까. 과유불급이라고 시즌 개막 이후 조나탄은 마음만 앞선 나머지 배려가 부족한 모습이다. 결정적인 순간을 자꾸 허망하게 날리며 주변 선수들 사기까지 죽여 버리기 일쑤다. 8일 상주전 전반 염기훈이 떠먹여 주듯 한 패스에 헛발질을 했다. 경기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찬스였다. 경기를 중계하던 이상윤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골잡이로서 의욕은 좋은데 자세에 힘에 너무 들어간다. 좀 여유를 갖고 했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워 했다. 조나탄은 인천과의 4라운드(3대3 무)에서도 골키퍼와의 결정적인 1대1 찬스도 허망하게 날렸다. 쐐기골 기회를 날린 이후 수원은 무기력하게 동점까지 허용했다. 모든 게 조나탄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함께 뛰는 동료들은 맥이 빠지는 게 사실이다. 조나탄은 시즌 개막전부터 자신에게 원하는 패스가 전달되지 않으면 동료에게 짜증을 부렸다. 지금은 그런 모습이 크게 줄었지만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가 안되면 불만이 얼굴에 잔뜩 묻어난다. 해결사로서 승부욕은 좋은데 너무 조급하다. 여유가 없다. 서 감독은 "조나탄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자꾸 대화로 풀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아직 그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인지…, 조나탄이 팀과 조화되는 특단책이 나와야 한다.
김민우여! 어서 오라
현재 수원의 가장 큰 문제는 주요자원의 부상 공백이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다. 특히 김민우와 장호익의 결장은 후유증이 너무 크다. 서 감독은 상주전에 대해 "측면에서의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홍 철 김태환 김병오의 상주 측면이 너무 위협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지만 여기에 맞서는 배짱과 체력 역시 수원에 없었다. 하필 부상으로 빠진 선수가 김민우 장호익에 최성근까지, 수원 스리백의 완성도를 높여 줄 전력이다. 이들의 공백으로 로테이션을 하지 못하니 남은 선수들도 힘이 달린다. 특히 김민우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윙백, 2선 공격의 멀티플레이어 김민우가 없으니 안그래도 고군분투하는 염기훈에 대한 부담이 가중된다. 뒤에서 역할 분담을 하며 받쳐줄 선수로는 현재 김민우 만한 이가 없다. 수원은 2선에서도 과거 권창훈처럼 저돌적으로 휘젓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플레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역시 김민우가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다미르는 상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려 파괴력은 아직 없다. 김민우의 결장으로 전술 다양성도 크게 줄어든 모습이다. 당초 김민우는 8일 상주전 복귀를 노렸다가 여의치 않아 다음 경기로 한 템포 늦췄다. 김민우의 복귀 임박. 위기의 수원에 그나마 희망의 빛줄기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