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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5년이었다. '황새'는 '제2의 비상'을 위해 날개를 접는다. 박수칠 때 작별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올곧은 성격을 소유한 황선홍 포항 감독(47)에게 번복이란 없다.
황 감독은 팀의 현실 못지 않게 미래까지 걱정하는 지도자였다. 애정어린 조언에서 황 감독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황 감독은 "포항이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잘 해왔고 현재 잘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같이 해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이 강조한 변화는 포항만의 자생 시스템이었다. 이미 몇 년 뒤를 내다보고 있던 황 감독이었다. 좀 더 강력한 유스시스템 구축과 연계성 등 황 감독이 그리는 그림은 분명 포항이 K리그 리딩 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열쇠였다. 황 감독은 "나는 진짜 포항을 좋아한다. 5년 동안 미래를 걱정하지 않은 적이 한 순간도 없다. 감독이 소속팀을 좋아한다는 것은 당연한거다. 내가 관두더라도 이 팀의 미래를 수집해놓고 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황 감독은 헤어짐이 임박한 선수들에게 "너희들에게 포항의 자존심이 달렸다"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가장 좌절했던 순간은 지난 시즌이었다. 2014년 11월 30일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 최종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수원에 패한 포항은 제주를 꺾은 FC서울에 골득실에서 밀려 4위로 내려앉아 아시아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빼앗겼다. 강한 승부욕이 발동됐다. 황 감독은 올 시즌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는 절대 지지않고 싶었다. 황 감독은 "리그에선 아직 패하지 않았는데 FA컵에서 졌다. 내가 떠나면 경기적으로 좋아하실 감독들이 몇 분 계실 것"이라며 웃었다.
황 감독의 시계는 멈춘다. 다만, 잠시일 뿐이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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