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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한 이야기]황선홍 감독 "포항,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5-11-03 08:21



정든 5년이었다. '황새'는 '제2의 비상'을 위해 날개를 접는다. 박수칠 때 작별을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올곧은 성격을 소유한 황선홍 포항 감독(47)에게 번복이란 없다.

황 감독은 1일 포항시 북구 송라면에 위치한 클럽하우스 인근 횟집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8년간 감독으로 쉼없이 달려온 소회, 포항에 대한 애정 등 2시간 넘게 나눈 인터뷰 속에서 못다한 얘기를 다시 꺼낸다.

황 감독은 '포항 스틸러스'를 사랑하는 지도자였다. 감독이 되면서 가졌던 목표를 포항에서 90% 이상 달성했다. 지난 5년간 포항을 이끌면서 FA컵 우승컵에 두 차례나(2012, 2013년) 입맞췄다. 특히 2013년에는 '더블(한 해 K리그와 FA컵 동시 석권)'을 달성하며 '명장'으로 우뚝 섰다. 무엇보다 '스틸타카(스틸러스+티키타카)'라는 포항만의 색깔있는 축구를 구축했다. 황 감독은 "포항에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당당히 말했다.

황 감독은 팀의 현실 못지 않게 미래까지 걱정하는 지도자였다. 애정어린 조언에서 황 감독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황 감독은 "포항이 재정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잘 해왔고 현재 잘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된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같이 해도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안일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 감독이 강조한 변화는 포항만의 자생 시스템이었다. 이미 몇 년 뒤를 내다보고 있던 황 감독이었다. 좀 더 강력한 유스시스템 구축과 연계성 등 황 감독이 그리는 그림은 분명 포항이 K리그 리딩 구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열쇠였다. 황 감독은 "나는 진짜 포항을 좋아한다. 5년 동안 미래를 걱정하지 않은 적이 한 순간도 없다. 감독이 소속팀을 좋아한다는 것은 당연한거다. 내가 관두더라도 이 팀의 미래를 수집해놓고 나가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전했다. 그래서 황 감독은 헤어짐이 임박한 선수들에게 "너희들에게 포항의 자존심이 달렸다"며 유종의 미를 강조했다.

지난 8년간 감독 생활을 돌아봤다. 가장 희비가 엇갈린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황 감독에게 가장 짜릿했던 순간은 2012년 FA컵 우승이었다. 그는 "고비라고 생각했다. 3년간 부산 감독을 하면서 준우승만 두 번 했었다. 감독으로서 세 번째 결승전이었다. 여기서 극복하지 못하면 트라우마가 생길 것 같았다. 일주일 내내 잠을 거의 못잤다. 굉장히 많이 집중을 했다. 모든 걸 쏟아부을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어렵더라. 120분에 박성호의 버저비터 골이 터져 우승했다. 우승들을 추억해보면 모두 극적이다. 2013년 FA컵 우승도 승부차기에서 이겼다"고 했다.

가장 좌절했던 순간은 지난 시즌이었다. 2014년 11월 30일 K리그 클래식 스플릿 그룹A 최종전에서 눈물을 흘렸다. 수원에 패한 포항은 제주를 꺾은 FC서울에 골득실에서 밀려 4위로 내려앉아 아시아챔피언스리그행 티켓을 빼앗겼다. 강한 승부욕이 발동됐다. 황 감독은 올 시즌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는 절대 지지않고 싶었다. 황 감독은 "리그에선 아직 패하지 않았는데 FA컵에서 졌다. 내가 떠나면 경기적으로 좋아하실 감독들이 몇 분 계실 것"이라며 웃었다.

황 감독의 시계는 멈춘다. 다만, 잠시일 뿐이다.

포항=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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