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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발' 문성민 부활 뒤엔 고무줄과 감독 있었다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3-25 15:49


문성민(가운데)이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EPCO 블로킹 위에서 강력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이쯤되면 '독종'이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문성민은 2011~2012시즌 개막 전 5개월 동안 눈물나는 재활을 해야했다. 문성민은 평발이다. 왼발 안쪽 뼈에 문제가 발생했다. 왼발 안쪽 뼈가 점차 발바닥 쪽으로 내려오면서 뼈가 부서지는 중부상을 당했다. 지난시즌 참고 뛰었지만, 결국 수술대에 오르고 말았다. 지난시즌을 마치자마자 발 안쪽에서 돌아다니는 뼈조각을 핀으로 박아 고정시켰다. 그런데 재활기간 중 몸에 또 다른 빨간불이 켜졌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하다보니 근육이 이완됐다. 긴장된 근육이 풀어졌다. 오른어깨에 통증을 느꼈다. 팀 주치의는 수술 대신 재활을 요구했다.

정상적인 몸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 치른 정규리그 홈 개막전은 굴욕이었다. 서브 타이밍도 제대로 맞추지 못할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이때부터 문성민이 잡은 것이 고무줄이었다. 식사를 할 때나 훈련 중에도 고무줄을 놓지 않았다. 기둥에 고무줄을 묶어놓고 잡아당기고 또 잡아당겼다. 휴식시간에도 재활을 쉬지 않았다. 오른어깨 근육을 강화시키는 웨이트훈련을 평소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했다. 자연스럽게 주위 근육들이 강화가 되면서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다행히 문성민의 트레이드마크인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반박자 빠른 스파이크는 빠른 시일 내에 볼 수 있었다.


문성민(왼쪽)이 2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남자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재치있게 안젤코의 블로킹을 넘기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캐피탈
문성민의 부활 뒤에는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의 강한 믿음도 있었다. 특별한 주문은 없었다. 그냥 믿는 것이었다. 하 감독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 재활과 경기를 병행하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몇배나 땀을 흘리는 문성민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는 일이 전부였다. 이 믿음은 분명 문성민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줬다. 아픈 몸을 이끌고 팀을 준플레이오프행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아직 몸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문성민은 팀을 위해 헌신했다. 2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진 KEPCO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5득점을 폭발시켰다. 장기인 서브에이스는 1개를 곁들였다. 특히 문성민은 최근 장염으로 고생해 이날 1세트에 빠진 용병 수니아스의 몫까지 떠안아야 했다. 1세트 공격성공률은 25%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가 외치는 파이팅은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KEPCO를 1시간19분 만에 세트스코어 3대0으로 제압할 수 있는 승리의 휘바람이 됐다. 여심을 녹이는 문성민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었다.

한편, 24일 열린 여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선 현대건설이 흥국생명을 3대0으로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천안=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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