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프로배구 승부조작 여파 일파만파 조짐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2-02-09 14:20


전 KEPCO 소속 선수였던 염모씨 외 2명이 프로배구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8일 서울 상암동 KOVO 사무실이 취재진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2.02.08/

프로배구 승부조작이 일파만파 확대될 조짐이다.

승부조작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지방검찰청은 8일 오후 KEPCO와 상무신협의 경기를 앞두고 숙소를 떠나는 KEPCO선수단 버스를 멈춰세웠다. 검찰 수사관들은 주축 선수인 임모씨와 박모씨를 체포했다. 불과 몇 시간전 KEPCO 관계자가 서울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 사무국에서 "구속된 3명 외에 추가 가담자는 없다"고 자신했던 것이 무색하게 됐다.

두 선수의 체포는 승부조작의 양상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구속된 선수들은 KEPCO가 프로화를 선언한 2008~2009시즌 이전 계약한 직원 신분 선수들이다. 이들은 선수 생활 은퇴 후에도 KEPCO의 직원으로 정년퇴직까지 있을 수 있다. 안정적인 반면 다른 프로선수들에 비해 연봉은 상당히 낮다. 이제까지는 연봉이 적은 직원 신분 선수들이 거액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불법행위에 동조한 것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이번에 체포된 2명은 직원 신분이 아닌 프로 계약 선수들이다. 연봉도 적지 않게 받는다. 두 선수는 팀 내 주전 공격수로 신인왕과 국가대표까지 지낸 스타플레이어다. 금전적인 면이나 인기, 명예 측면에서 봤을 때 승부조작에 가담할 이유가 없다. 결국 둘의 체포는 배구계 승부조작이 일부 직원 신분 선수들의 비리가 아닌 배구계 전반에 뿌리깊게 퍼져있다는 의미다.

승부조작 시기도 재조정이 불가피하다. 박씨는 지난 시즌 프로에 데뷔했다. 즉 승부조작이 처음 검찰이 지목한 2009~2010시즌은 물론이고, 2010~2011시즌까지도 계속됐다는 의미다.

배구계에서는 승부조작 가담자가 KEPCO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에도 있다는 의견들이 많다. 총 가담 선수가 17명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떠돌고 있다. 각 구단은 자체 면담을 통해 승부조작 가담 선수가 없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100% 믿기는 힘들다. 또 2012년 런던올림픽 예선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구성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여자부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다. 모 팀 선수는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팀 동료 중 한 명이 '자기도 몇 년 전에 승부조작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팀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데다가 해서는 안되는 일을 알았기에 거절했다'고 말한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대구지검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가 있을 2월말까지 갑자기 코트에서 사라지는 선수들이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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