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재미·소통 모두 만족시킨 V-리그 올스타전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2-01-08 15:25


현대캐피탈 문성민이 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올스타전 명랑운동회 이벤트에서 제기를 차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영화 시상식장을 방불케했다.

8일 2011~2012시즌 NH농협 V-리그 올스타전이 열린 수원실내체육관 앞에는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 고급 밴 대신 구단 버스에서 내린 선수들은 곧바로 레드 카펫을 걸어 무대 위에 섰다. 이어 팬들과의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정확히 말하면, 선수들이 팬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000해주세요' 시간이었다. 한국배구연맹은 미리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인 트위터와 미투데이를 통해 800여개의 질문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팬과 선수들을 각각 10명씩 선정했다. 팬들은 여러가지 소원들을 선수들에게 요구했다. LIG손해보험 리베로 부용찬에게는 듀엣 가수 현아-현승의 '트러블메이커' 춤을 부탁했다. 한 팬은 대한항공 레프트 곽승석이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과 닮았다며 감독의 말투 흉내를 요청했다. 다른 팬은 현대캐피탈 용병 수니아스에게 자신과 함께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현빈과 하지원의 '윗몸일으키기' 장면 재현을 원했다. 또 '꽃미남' 김요한에게는 LIG손해보험 광고에서 보여주고 있는 '된다 된다' 안무를 시켰다.


대한항공 용병 마틴이 다른 선수들의 게임을 지켜보며 춤을 추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본격적인 선수와 팬들간 소통은 명랑운동회에서 이어졌다. 박철우(삼성화재) 한선수(대한항공) 서재덕(LIG손해보험) 문성민(현대캐피탈) 신영석(드림식스) 한송이(GS칼텍스) 김희진(IBK기업은행) 등 인기 선수들이 총 출동했다. 14명의 팬들도 함께 했다. 이들은 2인3각, 풍선터뜨리기→코끼리 다섯바퀴 돌기, 제기차기→엉덩이 바지입고 장애물 통과 후 깃발잡기로 흥을 돋구었다.

서막의 하이라이트는 선수와 코칭스태프 역할 바꾸기 이벤트였다. 가장 큰 소원을 성취한 이는 삼성화재 리베로 여오현이었다. 1m75의 단신인 여오현은 주심으로 변신해 코트의 맨 꼭대기에 섰다. 가빈(삼성화재) 안젤코(KEPCO) 몬타뇨(인삼공사) 등 푸른 눈의 용병들로 구성된 선심들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흥국생명 용병 미아는 가발을 쓰고 선글라스를 착용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선수로 나선 각팀의 감독과 코치들은 전성기 때의 기량을 뽐냈다. V-스타에선 '컴퓨터 토스'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신영철 대한항공 감독이 세터를 맡았다. K-스타에선 이경석 LIG손해보험 감독이 볼을 전달했다. V-스타에선 강성형 현대캐피탈 코치와 권순찬 드림식스 코치가 돋보였다. K-스타에선 '임꺽정'이라는 별명을 가진 임도헌 삼성화재 코치와 박삼용 인삼공사 감독이 펄펄 날았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해 살이 많이 불었지만, 전위에서 블로킹으로 팀에 힘을 보탰다.

가장 먼저 작전타임을 부른 쪽은 K-스타 감독으로 변신한 고희진(삼성화재)이었다. 붉은색 넥타이와 깔끔한 정장을 입은 고 감독은 K-스타의 공격이 세차례 연속으로 블로킹에 걸리자 감독들을 불러 혼을 냈다. 고 감독은 "얼굴 좀 밝게 하고 에이스(임도헌)도 좀 살려요"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어색함이 묻어났다. 하늘같은 감독과 코치들인터라 주문을 내는 것도 쉽지 않은 듯 연신 웃음을 터뜨렸다.


2011-2012시즌 V-리그 올스타전 역할 바꾸기 이벤트 경기에서 심판으로 나선 안젤코 여오현 등이 합의 판정을 위해 모여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팬들의 웃음보는 여오현 주심이 책임졌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투입되자 아무 이유없이 신 감독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영문도 모를 경고였지만, 신 감독은 선수 입장인 탓에 순순히 '미안하다'는 제스처로 꼬리를 내렸다. 신 감독은 히든카드를 숨겨두고 있었다. 바로 자신의 소속팀 용병 가빈이었다. 선심으로 나선 가빈은 신 감독의 서브 때 대신 서브를 했지만, 아웃이 되고 말았다. 신 감독은 "코트가 너무 좁고 사람이 너무 많다. 아주 복잡하다. 인원수를 채워야 하기 때문에 들어갔지만 나에게 기회를 주지 않네"라며 아쉬워했다. 주심을 맡은 여오현에 대해선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는 것이다. 편파판정 해야한다"며 농담을 던졌다. 신 감독의 말대로 여오현 주심은 편파 판정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V-스타 코치로 나선 김사니(흥국생명)를 퇴장시키더니 김사니가 코트에 투입됐을 때에도 '더블 컨택'을 선언해 재미있게 경기진행을 이끌었다. 경기가 끝난 뒤 여오현은 "최대한 공정하게 심판을 봤다. 신치용 감독에게도 최대한 공정했다. (이런 심판 있으면) 살기 힘들겠죠?"라며 여유넘치는 인터뷰도 보여줬다.

수원=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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