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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어떤 감독이라도 이런 선택을 했을 것 같은데….
대만은 23일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경기를 패했지만, 결승에 진출하게 됐다. 양팀 경기에 앞서 열린 미국-베네수엘라전에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6대5로 이겨버리며, 상황이 꼬였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이기며 양팀 모두 1승2패가 됐다. 대만도 일본전을 앞두고 1승1패였는데, 일본에 패해도 미국과 베네수엘라에 TQB로 앞서며 결승 진출이 조기 확정돼버렸다.
대만은 베네수엘라가 미국에 이기는 상황을 가정해야 했다. 그러면 무조건 일본을 잡아야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그래서 에이스 린위민을 일본전 선발로 예고했다.
대만 정하오주 감독은 일본에 사과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스포츠맨십을 어겼다', '꼼수'라며 비판했다.
정하오주 감독은 한국팬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 인물이다.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조별리그 개막전을 앞두고 이해하기 힘든 선발 공개 신경전으로 류중일 감독과 한국 취재진을 불편하게 했다.
하지만 정하오주 감독이 아무리 '밉상'이라도, 이번 선택이 엄청난 비난을 받을 일인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어떤 감독이라도 더 중요한 결승전에, 더 좋은 투수를 쓰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다. '돈으로 끝내면 다인가'라고 지적할 수 있지만, 어찌됐든 규정 안에서 할 수 있는 걸 다 한 것이기에 마냥 '꼼수'라고 볼 수도 없다. 오히려 린위민을 선발로 내고 조기에 투수를 바꿔버리는 게 일본에는 더 기분 나쁜 일일 수 있었다. 같은 좌완으로 바꿔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인 걸로 대만은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정말 '진상' 감독이었으면,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 있다.
일본 이바타 감독은, 정하오주 감독이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막강한 전력으로 국제대회 27연승 순항중인 일본은 일찌감치 선발 로테이션을 짜놓았기에 대만과 같은 야구를 할 일은 없다. 일본은 결승전 선발로 요미우리 자이언츠 도고 쇼세이를 낙점해놨다.
객관전 전력에서 일본이 분명 앞선다. 하지만 선발이 바뀌어 대만도 한 번 싸워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 건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 선수들이 이를 괘씸히 여겼다면, 더 응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이 선발 교체가 결승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