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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선수권 이어 올림픽서도 사고치려는 '남자 유도 최중량급' 김민종, 金 관건은 '4강'[파리올림픽]

박찬준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4-07-26 21:40


세계선수권 이어 올림픽서도 사고치려는 '남자 유도 최중량급' 김민종, 金…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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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남자 100㎏ 이상급의 희망' 김민종(양평군청)은 지난 5월 제대로 '사고'를 쳤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최중량급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딴 건 1985년 조용철 현 대한유도회장 이후 39년 만이었다. 김민종은 준결승에서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루카스 크르팔레크(체코)를 모로걸기 절반으로, 결승에선 도쿄 은메달리스트 조지아의 구람 투시슈빌리를 가로누르기 한판으로 꺾었다.

유도 남자 100㎏ 이상급은 서양 선수들의 전유물이라 불린다. 해당 체급은 몸무게에 제한이 없어서 체격과 힘이 좋은 서양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기에 유리하다. 한국 유도는 올림픽 역사상 남자 최중량급에서 금메달을 딴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도쿄올림픽 유도 종목에서 9개 금메달을 쓸어 담았던 일본도 남자 100㎏ 이상급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메달 획득조차 실패했다.

김민종은 이번 파리올림픽서 유쾌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김민종은 '유도 천재'였다. 어린시절부터 체격이 남달랐던 김민종은 초등학교 4학년때 부모님의 권유로 유도를 시작했다. 넘치는 에너지를 유도장에서 쏟으라는 뜻이었다. 놀면서 시작한 유도는 그의 인생이 됐다. 재능은 특별했다. 1년만에 전국대회에 나선 김민종은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우승을 싹쓸이 했다. 보성고 3학년 때인 2018년에는 태극마크도 달았다.

2019년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파란을 일으킨 김민종은 이 체급서 오랜 기간 1인자로 군림하던 '대선배' 김성민을 꺾고 도쿄올림픽 출전권까지 획득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코로나19로 훈련장이 모두 문을 닫자 아버지를 도와 돼지고기를 나르는 일로 훈련을 대신하기도 했다. 김민종의 부모님은 마장동에서 대를 이어 정육점을 운영한다. 힘겹게 출전한 첫 올림픽은 아픔이었다. 16강에서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리스트 하라사와 히사요시를 만나 제대로 힘도 써보지 못하고 패했다. 경기 후 분을 이겨내지 못하고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도 했다.

김민종은 "바로 내일부터 훈련을 다시 시작하겠다"며 "파리에선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패배는 큰 자양분이 됐다. 김민종은 멘탈을 키우기 위해 명상을 하고, 스포츠 심리 상담까지 받았다. 기술은 더욱 향상시켰다. 그는 체급이 낮은 선수들과 주로 훈련하면서 스피드와 체력을 끌어올렸고, 다양한 발기술을 배우며 기술 유도를 완성했다. 체격적인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기술에 초점을 맞췄고, 이를 위해 몸무게를 줄이는 파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김민종은 파리로 떠나며 "하늘이 감동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고 고된 훈련을 버텼다"며 "이제 하늘이 제게 뭔가를 선물해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만족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버티며 올림픽을 준비했다.

대진도 나쁘지 않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하는 김민종은 8강까지 수월한 상대를 만난다. 승부처는 4강부터다. 4강에서 사이토 다쓰루(일본)를 만날 전망이다. '일본 최중량급 신성' 사이토는 1984년 LA, 1988년 서울 대회에서 2연패를 달성한 사이토 히토시의 아들이다. 사이토를 넘으면 결승에서 올림픽 개인전 3번째 금메달에 도전하는 '프랑스 영웅' 테디 리네르와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리네르는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다인 11차례 우승을 거둔 역사상 최고의 최중량급 선수로 꼽힌다.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만큼, 동기부여도 남달라 대단히 까다로운 상대다.


'마장동 정육점 둘째 아들'이 세계선수권에 이어 또 한번 사고를 칠지, 김민종은 8월2일 메달 사냥에 나선다.


파리=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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