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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전영지 기자]"'이젠 안되는구나' 하던 순간 선물처럼 메달이 찾아왔다."
권영준은 펜싱코리아의 전성기를 굳건히 지켜온 '자타공인' 베테랑 에이스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21년 도쿄올림픽, 지난해 항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동메달까지 남자에페 팀이 빛나는 순간 그는 늘 그곳에 있었다. 정진선, 박상영 등 선후배들과 위기 때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번뜩이는 몸놀림으로 팀 메달을 지켜냈다. 하지만 최근 개인전에선 주춤했다. 이날 동메달은 2016년 12월 카타르 도하 그랑프리 금메달 이후 7년 3개월 만, 국제대회 개인전 메달은 2017년 6월 아시아선수권 준우승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50위권을 맴돌던 세계랭킹이 하룻만에 2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하지만 팀플레이어 권영준은 "사실 메달을 따고 기뻐할 수가 없었다"는 뜻밖의 소감을 전했다. 남자에페는 아직 파리올림픽 단체전 티켓을 따지 못했다. 권영준은 "마음이 무겁다. 후배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권영준은 7년 만에 돌아온 이 값진 메달이 자신에게도, 팀에게도 희망의 증거가 되길 바랐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 메달이다. 이런 무대가 내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다. '이제 안되는구나, 그만해야 하나' 절망하던 순간 선물처럼 메달이 찾아왔다"고 했다. "내게 그랬듯이 우리 팀에도 이 메달이 희망이 되면 좋겠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후배들과 희망을 갖고 끝까지 도전해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영준의 기적같은 메달 뒤엔 청룡의 해 탄생한 '복덩이' 아들이 있다. 파리올림픽에 도전하며 지치고 힘들 때마다 휴대폰 속 아들 사진은 큰 힘이자 동기부여다. 권영준은 "4주 된 아들 우빈이 생각을 하면서 힘을 내고 있다. 너무 보고 싶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 꼭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겠다"고 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