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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스토리]'오뚝이' 최희화, 마트 계산원에서 천하장사로 우뚝!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8-12-21 05:40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사진제공=대한씨름협회

"생활비를 벌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여자 씨름의 간판으로 우뚝 선 최희화(26·안산시청)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감기 탓에 중간중간 '콜록' 기침을 했지만, 그는 꾸밈없이 자신의 얘기를 꺼내놓았다.

2018년, 최희화는 최고의 시간을 보냈다. 단오씨름대회 무궁화장사(80㎏이하)를 비롯해 여러 차례 정상에 올랐다.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막을 내린 천하장사씨름대축제다. 그는 임수정 이다현 등 실력파 선수들을 줄줄이 제압하고 생애 첫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꿈을 꾸는 듯 한 느낌이었어요. 사실 올해 목표가 천하장사에 오르는 것이었거든요. 그게 현실이 되니까 믿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잠도 잘 이루지 못했어요. 잠에서 깨면 모든 게 꿈이 될까봐서요."

정상까지 오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구불구불 굽이지다 못해 곳곳에 암초도 도사리고 있었다.

출발점은 사뭇 달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TV에서 유도를 보고 부모님께 '저도 해보고 싶어요' 얘기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무려 14년 동안 오직 유도만 바라보고 살았다.

부침이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허리부상으로 한동안 재활에 몰두했다. 무서웠다. 아버지께 "운동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하나요"라고 물었다. 아버지는 "한 번 해보자"고 격려했다.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 어린 소녀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보란 듯이 재기에 성공했다. '유도 명가' 용인대에 합격했다. 대학교 2학년 때까지 줄곧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더 이상 허리가 버티지 못했다. 통증을 참고 경기에 나섰지만, 성적은 기대만큼 나지 않았다. 실업팀 입단도 애매한 상태가 돼 버렸다.


이태현 교수가 손을 내밀었다. 씨름을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운동을 다시 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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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생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씨름으로 전향한 2015년 경이었어요. 팀 창단이 계속 미뤄졌죠. 대학은 졸업했는데, 일은 없고. 생활비를 벌어야 했기에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마트에서 계산원 일을 했어요. 물건 옮기는 일도 했고요. 공장에서도 일했어요. 그때 아버지께서 걱정이 많으셨죠."

그렇게 어둡고 캄캄했던 1년을 버텼다. 길은 있었다. 그는 2016년 본격적으로 콜핑에 합류, 씨름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입단 첫 해 각종 대회에서 가능성을 보인 최희화는 2년 차이던 2017년 꽃을 피웠다. 그는 단오대회에서 생애 첫 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환호했다.

안주하지 않았다. 2018년 안산시청으로 이적해 새 도전에 나섰다. 이를 악물었다. 굵게 흘린 땀방울의 열매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그는 올 한해 목표했던 천하장사 타이틀을 거머쥐며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감독, 코치께서 체계적으로 잘 가르쳐 주신 덕분에 많이 배웠어요. 경험이 쌓인 것도 있고요. 요즘은 여자 씨름에도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는 만큼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죠."

열심히 달린 최희화. 당겨진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 보낸 한 시즌이 끝나기 무섭게 줄이 끊어져 버렸다. 몸에 당장 탈이 났다. 하지만 최희화는 잘 알고 있었다. 지금의 이 아픔을 잘 이겨내야만 다시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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