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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사상 최초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내외적인 호평을 받았다.
연쇄파동이 일었다.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상비군은 해체됐고, '킹 메이커' 리처드 브롬리 코치(스켈레톤 주행·장비 담당), 피에르 루더스 코치(봅슬레이 주행 코치) 등 과외 선생님들과의 재계약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과연 이처럼 번갯불에 콩 볶듯 일사천리로 진행돼도 괜찮은 일일까. 첫 단추부터 잘못 꿴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세밀한 계획이 없었다. 올림픽 운영비 뿐만 아니라 베뉴 사후 활용에 대한 기금 조성까지 이뤄졌던 캐나다 캘거리,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와 달리 한국은 '일단 급한 불을 끄고 보자'는 무사안일에 젖어있었다. 뒷일은 일단 제쳐두고 "어떻게든 올림픽만 치러내자"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속에는 베뉴 사후방안팀까지 마련돼 있었다.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된 시설도 있었지만 치밀하지 못해 문제의 소지가 많은 베뉴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 하나가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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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돈이 든다고 폐쇄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문제는 치열한 고민부족이다. 애당초 계획이 없었으니 물줄기는 자연스레 가장 편한 길, 폐쇄로 흘러가고 있다. 그 와중에 논란만 눈덩이 처럼 커지고 있다. 피해는 썰매 분야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선수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자,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남긴 유산, 전 세계 18개 밖에 없는 트랙을 큰 재정 적자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부터라도 슬라이딩 센터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최대한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은 운영주체 설정이다. 슬라이딩 센터를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질 경우 강원도가 위탁 운영을 맡길 단체로는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이 가장 적합하다. 연맹은 사단법인이기 때문에 수익사업이 가능하다. 정부가 주는 돈으로만 생활할 것이 아니라 수익구조를 만들어 돈을 벌어야 문체부와 강원도가 짊어진 짐을 줄이고 저변확대를 위한 기금도 마련할 수 있다. 연맹이 주체 단체가 되면 할 수 있는 수익사업이 다양해진다. 우선 스폰서를 활용한 대회 개최가 가능해진다. 현재 연맹은 현대자동차, KB금융그룹, LG전자, 포스코, CJ 등 국내 굵직한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있다. 이들의 도움으로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매달 국제대회를 개최해 수익금을 벌어들일 수 있다. 또 봅슬레이·스켈레톤 스쿨도 운영할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여행상품화도 가능해진다. 평창은 여행 상품지로서의 경쟁력이 있는 곳이다. 대관령 양떼목장, 올림픽 유산에 대한 볼거리와 막국수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올림픽을 계기로 KTX 등 교통 인프라 확충 속에 접근성도 좋아졌다. 슬라이딩 센터 스타트 하우스를 카페로 개조하고 박물관을 조성하면 체험 견학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네이밍 마케팅도 가능한 옵션이다. 현대자동차 썰매연구소가 슬라이딩 센터 내 생길 경우 '현대자동차 슬라이딩 센터'로 이름을 바꾸고 네이밍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대표팀 경기력 유지와 등록선수 100명도 되지 않는 종목의 대중화를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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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4억원이 투입된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 주행로가 단 2개월 사용하고 닫힐 판이다. 또 다시 아스팔트 위에서 썰매 주행훈련을 했던 과거로 돌아갈 것인가. 언제까지 선수들의 투혼과 지도자의 희생에만 기댈 것인가. 멀쩡한 평창 트랙을 두고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에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닐까.
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레거시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도약의 기회다. 고민 없는 폐쇄, 그 안일한 결정만은 재고돼야 한다. 운영 주체부터 정리돼야 한다. 수익화 방안은 그 다음 문제다. 한국 썰매의 성지, 슬라이딩 센터 부활의 열쇠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쥐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