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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의 9번 코스는 지난달 12일 스포츠조선에서 정밀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각도가 10˚ 안팎이라 비교적 경사가 완만한 구간인 9번 코스는 일직선 같지만 반전이 숨어있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좁은 8번 코스를 지나 9번 코스에 돌입하면 뻥 뚫린 직선구간이 펼쳐진다. 그러나 속임수에 불과하다. 미세한 굴곡이 숨겨져 있다. 주행기술과 경험이 없으면 9번 코스를 통과하면서 우측과 좌측 벽면에 연달아 부딪히게 된다. 시간 단축이 어려워진다. 촌음을 다투는 시간 경쟁에서 로흐처럼 악마의 덫에 사로잡혀 메달의 꿈이 날아가버리게 된다.
9번 코스는 '양날의 검'이라고 할 수 있다. 9번 코스에서 좌우 부딪힘 없이 일직선 주행을 하기 위해선 8번 코스에서부터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선수들이 딜레마에 빠진다. 속도를 줄이면서 9번 코스에 진입하게 되면 썰매 속력이 시속 90~100㎞로 떨어져 기록에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더 큰 화를 입게 될 수 있다. 썰매가 벽면에 충돌하기 때문에 기록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심지어 9번을 통과하자마자 10번 코스로 진입하는 순간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또 8번에서 9번 코스로 진입하는 구간이 가파르게 꺾여있기 때문에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썰매가 밀리게 된다. 썰매가 얼음 위에 놓여 있어야 하는데 날 자체가 밀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9번 코스를 부딪힘 없이 얼마나 일직선으로 통과할 수 있느냐가 10번 코스와 11번 코스를 잘 통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다. 9번 코스에서 금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최대한 많이 트랙을 타보고 충돌을 피하는 라인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익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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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성빈은 눈을 감고도 평창 트랙의 16개 코스를 탈 수 있는 경지에 올라있다.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가 지난해 말 완공된 뒤 지난달 31일까지 윤성빈은 총 320회 주행을 마쳤다. 각 코스마다 어느 라인이 빠르고, 어느 지점으로 들어가고 나와야 하는지 모든 분석을 마친 상태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을 마치고 지난 14일 입국해 보름간 주행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공부를 마쳤다. 이후 전력노출을 최대한 하지 않기 위해 두 차례 올림픽 비공식 연습주행을 건너뛰고 주행훈련으로 떨어진 체력도 끌어올렸다. 13일 공식훈련 둘째날 두 차례 주행만으로 감각을 끌어올린 뒤 15일 1~2차 시기를 펼친다.
두쿠르스는 올림픽을 위해 평창에 도착한 뒤 네 차례 비공식 연습주행을 가졌고 12일 공식훈련 첫째날도 소화했다. 지난해 3월 평창 코스를 처음 맛봤고 11월 경험한 뒤 다시 감각을 익히고 코스 분석에 돌입한 상태다.
무엇보다 로흐가 9번 코스에서 실수를 범해 올림픽 금메달을 날린 것을 윤성빈과 두쿠르스는 참고할 가능성이 높다. 1~2차 시기에는 '도전'을 택하더라도 3~4차 시기에는 '안전'한 전략을 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