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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루지가 열릴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의 피니시 하우스에는 '매의 눈'이 있다. 선수들의 훈련 시간, 스타트와 피니시 구간을 포함해 16개 트랙마다 설치된 CCTV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자칫 주의가 흐트러지면 트랙 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슬라이딩 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은 생소한 직업인 '시간계측관리자' 이지훈 팀장(28)이다.
2016년 초 대학교를 졸업한 이 팀장이 시간계측관리자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된 건 당시 스켈레톤 선수로 활동했던 친구 김태래 현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경기장운영부 매니저의 소개 때문이었다. 이 팀장은 "생소한 직업이었다. 그런데 이 직업에 도전하게 된 건 한국에서 동계올림픽을 치를 자부심 때문이었다"고 했다.
전세계 20명 밖에 안되는 시간계측관리자란 직업을 얻기까진 수많은 노력이 있었다. 미국 레이크 플래시드와 파크시티, 캐나다 휘슬러, 독일 퀘닉세에서 벌어지는 국제 대회에 파견돼 시간계측관리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수개월간 바닥부터 배우기 시작했다. 이 팀장은 "안전과 직결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집중하는 부분에서 약간 힘들었다. 가장 괴로웠던 건 대회를 옮겨 다니면서 적응해야 하는 시차였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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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이 시작되면 또 다른 협업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스위스 타이밍'이란 업체와 함께 일해야 한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1000분의 1초를 경쟁하는 루지의 기록이 '스위스 타이밍'에서 설치하는 오메가 장비에 의해 계측된다. 이 팀장은 "외국인들과 대화가 많아 영어회화가 가능해야 하는 것이 시간계측관리자의 기본 조건"이라며 "우리가 구간마다 시간을 분석해 대표팀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 특히 대회 때 한국 선수들이 가장 좋은 기록을 낸 뒤 기록지를 작성할 때는 더 자부심을 느낄 것"이라고 했다.
대회가 코앞이라 저녁에도 훈련이 시작된다. 때문에 시간계측 관리팀도 2교대로 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해 추석 명절도 잊은 채 선수들의 안전과 기록 향상을 위해 도운 이 팀장은 "명절 때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해 전화를 드렸는데 오히려 부모님께서 '나랏일을 하는데 집에 못 오는 것이 대수냐. 그곳에 집중하라'며 자랑스러워 하셨다"고 전했다.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