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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제언1]임성철 선생님이 말하는 여학생 체육활성화 대안은?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5-06-08 07:49


임성철 선생님

나는 고등학교 체육교사다. 한-일월드컵이 개최됐던 2002년, 32세에 체육교사가 돼 올해로 14년차다. 원종고 체육건강부 부장이고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체육교사로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좀더 좋은 체육수업을 하는, 멋진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야할 길은 여전히 많이 남았지만 말이다.

체육교사로 살아오면서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한 많은 고민을 해왔다. 수업 종목 선정부터 학교 스포츠클럽 대회까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전히 여학생체육 활성화라는 숙제는 시원하게 해결됐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최근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여학생들을 위한 탈의실 설치, 뉴스포츠 종목의 확대, 남녀 분리 체육수업 등 모두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방안들이 여학생 체육활성화에 어느 정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더 좋은 환경을 위한 논의와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체육교사로서, 운동장에서 직접 느낀 현장의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여학생 체육활성화를 위한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여학생이 달릴 수 있는 체육수업 시수를 늘리는 일이다. 최근 여학생들에게 체육활성화 방법을 직접 물어본 적이 있다. 한 제자의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일주일에 체육수업이 2시간밖에 없는 게 문제예요. 체육수업이 이렇게 적은데, 어떻게 여학생 체육이 활성화될 수 있겠어요." 확신에 찬 대답속에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 들어 있었다. 성장기에 있는 고교생들에게 주당 2시간의 체육수업은 턱없이 부족하다. 체육수업 시수 부족은 유치원과 초등학교로 가면 더 심각하다. 일본이나 미국, 유럽에서 유치원, 초중등학교 체육수업시수는 우리나라의 2배 수준이다. 학교체육이 활성화된 나라들 중 체육수업 시수가 우리와 비슷한 경우는 청소년들이 학교 스포츠클럽이나 생활체육 시스템을 통해 안정적으로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다.

둘째, 체육교사들이 여학생 체육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여학생에게 배구 스파이크, 농구 레이업슛, 축구 드리블을 가르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다. "여고생들에게 배구 스파이크를 가르치는 것은 헛수고"라는 동료교사의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여고생들에게 배구를 가르칠 때 저는 첫 수업부터 스파이크를 가르쳐요. 한 달도 안돼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던데요. 공을 상대 코트에 넘기는 짜릿함, 여학생들이 스파이크 하나로 느끼는 행복감은 대단했어요." 여학생 체육에 그릇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체육교사는 여학생들에게 제한된 활동만 지도할 가능성이 크다. 여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은 단조롭고 지루한 시간에 그치게 된다.

셋째, 여학생 체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교내 여학생 학교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돼야 한다. 원종고에는 1, 2학년 각 12학급, 전학급에 축구 학교스포츠클럽이 구성돼 있다. 학년별로 구성된 축구 학교 스포츠클럽들은 '학급 대항 학교스포츠클럽 축구 리그'에 참여한다. 전반전은 남학생이 뛰고 후반전은 여학생이 뛴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내외, 경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2~25명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학급의 모든 구성원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됐다. 학급 대항 학교스포츠클럽 리그가 자리잡으면서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기회가 크게 늘어났고, 학교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최근 학교스포츠클럽은 교내 활동보다 학교간 경기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 단위, 도 단위, 전국 단위의 학교 대항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학교 대표' 스포츠클럽이 또다른 '엘리트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우수한 학생선수 자원을 발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학생들이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얻게 되는 건강증진, 인성교육, 학교폭력 예방 등의 가치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넷째, 여학생들이 맘껏 운동할 수 있는 체육시설과 프로그램의 확충이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원종고에는 400m 트랙, 대각선으로 100m달리기를 할 수 있는 넓은 운동장, 독립된 체육관, 학생들이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 등의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다. 운동장에서 2개 학급을 초과해 체육수업을 받는 일이 없다. 방과 후에는 학급별 또는 학교 스포츠클럽별로 축구, 족구, 플라잉디스크를 즐기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체육관은 농구와 배드민턴 학교스포츠클럽 학생들에게 개방된다. 체력단련실에선 매일 식사시간과 방과후 시간, 학교 스포츠클럽이나 '몸짱클럽' 학생들이 운동을 한다. 학교 체육시설을 활용해 스포츠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절반은 여학생이다. 원종고에는 여학생들만 참여하는 피구클럽과 플라잉디스크클럽도 있다. 여학생들이 그들만의 체육활동을 즐긴다.

여학생체육 활성화는 결국 모든 학생을 위한 학교체육 활성화가 이루어질 때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여학생체육 활성화와 학교체육 활성화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부디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통해 행복한 체육시간, 건강하고 밝은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철 원종고 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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