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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등학교 체육교사다. 한-일월드컵이 개최됐던 2002년, 32세에 체육교사가 돼 올해로 14년차다. 원종고 체육건강부 부장이고 '좋은체육수업나눔연구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체육교사로 늘 부족함을 느끼기에, 좀더 좋은 체육수업을 하는, 멋진 체육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야할 길은 여전히 많이 남았지만 말이다.
둘째, 체육교사들이 여학생 체육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여학생에게 배구 스파이크, 농구 레이업슛, 축구 드리블을 가르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니다. "여고생들에게 배구 스파이크를 가르치는 것은 헛수고"라는 동료교사의 말에 나는 이렇게 답했다. "여고생들에게 배구를 가르칠 때 저는 첫 수업부터 스파이크를 가르쳐요. 한 달도 안돼 대부분의 여학생들이 스파이크를 성공시키던데요. 공을 상대 코트에 넘기는 짜릿함, 여학생들이 스파이크 하나로 느끼는 행복감은 대단했어요." 여학생 체육에 그릇된 선입견을 갖고 있는 체육교사는 여학생들에게 제한된 활동만 지도할 가능성이 크다. 여학생들에게 체육시간은 단조롭고 지루한 시간에 그치게 된다.
셋째, 여학생 체육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교내 여학생 학교 스포츠클럽이 활성화돼야 한다. 원종고에는 1, 2학년 각 12학급, 전학급에 축구 학교스포츠클럽이 구성돼 있다. 학년별로 구성된 축구 학교 스포츠클럽들은 '학급 대항 학교스포츠클럽 축구 리그'에 참여한다. 전반전은 남학생이 뛰고 후반전은 여학생이 뛴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내외, 경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22~25명이다. 더 많은 학생들이 학교스포츠클럽 활동에 참여하게 됐고, 학급의 모든 구성원들이 '축구'를 통해 하나가 됐다. 학급 대항 학교스포츠클럽 리그가 자리잡으면서 일반학생들의 체육활동 기회가 크게 늘어났고, 학교의 분위기도 눈에 띄게 밝아졌다. 최근 학교스포츠클럽은 교내 활동보다 학교간 경기 중심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지역 단위, 도 단위, 전국 단위의 학교 대항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학교 대표' 스포츠클럽이 또다른 '엘리트 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우수한 학생선수 자원을 발굴,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반학생들이 학교 스포츠클럽을 통해 얻게 되는 건강증진, 인성교육, 학교폭력 예방 등의 가치도 간과돼서는 안된다.
여학생체육 활성화는 결국 모든 학생을 위한 학교체육 활성화가 이루어질 때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여학생체육 활성화와 학교체육 활성화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부디 여학생체육 활성화를 통해 행복한 체육시간, 건강하고 밝은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임성철 원종고 체육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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