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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4일, 2020년 위더스제약 설날장사씨름대회 금강장사(90㎏ 이하급) 결정전(5전3승제)이 펼쳐진 충남 홍성의 홍주문화체육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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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씨름장의 '데시벨'이 달라졌다. 과거 씨름장의 주관객이 어르신이었다면, 이제는 젊은 여성층이 확실히 많아졌다. 하이라이트는 태백급(80㎏ 이하)과 금강급 경기가 펼쳐진 23~25일이었다. '태백급 스타' 윤필재(26·의성군청) 노범수(24·울산동구청), '금강 트로이카' 이승호(34) 임태혁(32·이상 수원시청) 최정만(30·영암군민속씨름단) 등 스타들이 총출동했기 때문. 팬들은 대포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찾아 선수들의 모습을 담았다. 씨름장에 이른바 '찍덕(사진 찍는 덕후)'까지 등장한 것이다. 대한씨름협회 관계자는 "이전과 비교해 확실히 여성팬이 많이 늘었다. 일부 팬들은 경기장 오픈 전부터 체육관 앞에서 줄 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달라진 팬층. 시작점은 지난해 9월이었다. 글로벌 동영상 사이트에 오른 씨름 영상이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태백급 경기였다. 팬들은 '이 영상을 보고 씨름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다'고 평했다. 영상 속 선수들은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며 박진감을 선사했다. 사실 어느 순간 씨름은 '덩치 큰 사람이 하는 만큼 템포가 늦다'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경량급 선수들의 경기를 통해 편견을 깬 것이다. 여기에 선수들의 준수한 외모는 덤이었다. 팬들의 편견을 180도 뒤엎었다. 최근에는 공중파 방송에서 씨름 예능프로그램까지 제작하며 인기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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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관심, 선수들은 다소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태백장사를 거머쥔 윤필재는 "많이 알아봐주신다. 행동과 말을 더 조심하고 있다. (많은 관심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씨름은 1980년대 이만기 강호동 등 스타 선수들을 앞세워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영광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선수들이 '지속적 관심'을 외치는 이유다. 금강장사에 등극한 이승호 역시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씨름장의 모습이다. 처음 경험하는 것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팬들께 더 재미있고,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승패를 떠나 재미있는 경기를 봐야 팬들께서도 더 관심을 가져주시지 않을까 싶다. 팬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임태혁은 "팬들께서 명절에 멀리까지 와 주셨다. 신기하다. 좋은 경기력은 물론이고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자리도 더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앞으로도 계속 경기장을 찾아주실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씨름아이돌' 허선행(21·양평군청씨름단)은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멀리서 와 주신 팬들께 팬서비스를 아끼지 않았다. 여현민씨(22)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선수들의 팬서비스도 매우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협회 역시 변화의 흐름을 읽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팬층 자체가 달라졌다. 이전과는 다른 시선과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팬들께서 경기를 보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기술 씨름에 대한 고민도 계속된다. 협회는 백두급(140㎏ 이하)의 체중 하향 조정을 고민 중이다. 실제로 고등부 경기는 135㎏으로 체중을 하향 조정(1년 유예)했다.
홍성=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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