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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리듬체조 자선캠프' 따뜻한 스포테이너,신수지의 꿈이 이뤄졌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8-10-01 05:37




"이름 알마, 위 어린이를 리듬체조를 사랑하고 지키는 제1기 신수지 캠프 '리듬체조 요정'으로 임명합니다."

29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 제2체육관 '원조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27)가 다문화가정 꿈나무들을 위해 개최한 자선 리듬체조 캠프, '요정' 임명장을 받아든 알마의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신수지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다문화가정 꿈나무, 초등학교 1~3학년 어린이 총 60명을 대상으로 리듬체조 캠프(롯데면세점, CJ도너스캠프, 재단법인 자비실천, CJ제일제당, 한국다문화재단 후원)를 열었다. 꿈나무 자선캠프는 베이징올림픽에 한국선수로는 16년만에, 동아시아선수로는 유일하게 자력출전 티켓을 따내고 올림픽 무대에서 눈부신 백일루션 9회를 선보이며 대한민국 리듬체조의 저력을 보여준 '레전드' 신수지의 오랜 꿈이었다. 신수지의 진심에 몇몇 기업들이 후원을 자청했다. 2011년 선수 은퇴 이후 간절히 꿈꿔온 일이 현실이 됐다.

국대 선생님들의 구령에 맞춰 연분홍 레오타드를 입은 60명의 아이들이 리본을 휘날리며 나비처럼 나풀나풀 날아올랐다. 15년 전 TV에서 본 리듬체조가 마냥 좋아서, 젓가락에 리본을 매고 폴짝폴짝 뛰어다녔던 '꼬마 요정' 신수지의 오래 전 그날과 같았다.







난생 처음 리듬체조를 접하는 소녀들을 위해 신수지는 복장도, 식사도, 간식도 세심하게 준비했다. 직접 일본 오사카에 가서 핑크빛 레오타드(체조복) 60벌과 슈즈, 아동용 볼, 리본 등 수구를 공수, 참여아동 모두에게 선물했다. '따뜻한 스포테이너' 신수지의 첫 자선캠프를 응원하는 절친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유승민 IOC위원이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펜싱 스타' 남현희는 딸 하이와 함께 현장을 지켰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수지가 좋은 일을 한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왔다. 정말 자랑스럽다"며 힘을 실었다. '신수지의 은사' 이덕분 세종대 명예교수는 베이징올림픽 백일루션 영상 앞에서 '불모지의 꽃'이었던 기특한 제자 신수지를 소개하려다 감격스러운 마음에 왈칵 눈물을 쏟았다. 박지영 한국여성스포츠회 부회장 등 여성 체육인들도 '이사' 신수지의 자선 캠프를 응원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았다. 배우 장근석의 소속사에선 아이들 간식으로 크림빵, 단팥빵 수백 개를 실어보냈다.




이날 자선캠프에서 '원조요정' 신수지는 메인 코치로 나섰다. 언니 신예지씨가 기획과 홍보를 맡았고, 국가대표 선배 최예림 코치(성균관대 초빙교수)가 현장 진행을 맡았다. 무엇보다 태릉에서 동고동락한 국가대표 출신 리듬체조 선후배들의 의리가 빛났다. 신수지와 함께 광저우아시안게임에 나섰던 이경화는 캠프를 위해 전날 밤 미국에서 급히 귀국했다. 이세미, 신언진, 곽주현, 최현희, 이나영 등 국대 선후배들은 자신의 일처럼 팔을 걷어붙였다. '요정 선생님'들이 60명의 아이들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었다. 신수지는 "리듬체조 국대들은 뭐든지 척척 해내는 어벤저스"라는 말로 고마움을 표했다. 초보자도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나비자세' '왕자님 자세 '등 쉽고 예쁜 동작들으로 만든 안무에 아이들은 금세 마음을 빼앗겼다. 볼을 튀기고 굴리는 아이들의 자세를 일일이 바로 잡아주고, 직접 시범을 보이는 신수지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선수 은퇴 후 프로볼링, 요가, 당구, 골프, 야구, 스포츠댄스 등 다양한 종목, 뮤지컬, 예능프로그램에서 '만능' 스타의 모습을 입증해온 신수지는 오랜만에 돌아온 전공인 리듬체조 매트 위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해보였다. "가장 사랑했고, 가장 사랑하는 일 결국 내가 반드시 돌아와야 할 곳은 바로 리듬체조"라며 미소 지었다. "지금은 하고 싶은 일들에 다양하게 도전하고 있지만, 나중에는 리듬체조를 통해 나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신수지'의 이름을 걸고 체계적인 교육 브랜드를 만들어서 꿈나무 양성뿐 아니라 어린이, 일반인도 리듬체조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장을 열어주고 싶다. 리듬체조가 생활체조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오늘 캠프를 통해 이 아이들 중 단 한 명이라도 꿈을 키워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했다. 나눔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신수지는 "나눔이란 내게 남는 것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내게 소중한 것을 나누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박지영 부회장 등 한국여성스포츠회 임원들도 '이사 '신수지의 자선리듬체조 캠프 현장을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리듬체조 요정 신수지와 펜싱 스타 남현희


신수지와 갈라쇼에 참가한 주니어 선수들.

신수지와 함께 다문화 꿈나무들을 위한 자선캠프에 기꺼이 나선 리듬체조 국대 선후배들. 왼쪽부터 이나영 최현희 이경화 최예림 신언진 곽주현 신수지 '선생님'.

마지막 순서는 갈라쇼였다. '신수지의 후예'들이 무대에 올랐다. 반짝이는 레오타드를 입고 하늘로 날아오르는 '요정' 연기에 아이들의 눈망울이 한껏 커졌다. 국가대표 상비군 한승희, 고예진, 주니어 국가대표 안여진, 정세연, 청소년 대표 김가람, 회장배 리듬체조 대회 단체 1위팀(김가람 이채윤 이소윤 김유나 임수정) 등 후배들의 연기에 신수지와 국대 선배들이 아낌없는 '물개박수'를 보냈다.


'신수지 선생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사인을 받은 후에야 요정들의 캠프가 막을 내렸다. "선생님, 이제 다 끝난 거예요?" 신수지의 옷깃을 잡아당기는 아이들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리듬체조 요정' 임명장을 고사리손으로 소중히 받아든 채 집으로 향하는 소녀들에게 "오늘 어땠어요?" 물었다. "처음 배워봤는데 정말 너무너무 재미있었어요." "힘든데도 이상하게 재미있어요. 다음에 또 오고 싶어요." 요정들의 이구동성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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