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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의 FIS(국제스키연맹) 인정 활강(다운힐) 스키장인 정선 알파인 경기장(강원도 정선군 북평면 중봉길)이 역사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산림청 백두대간보존팀 관계자는 최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정선 알파인 경기장의 사후 활용 문제는 산림청 중앙산지관리위원회에서 결정하기로 돼 있다"면서 "현재 산림청의 기본 계획은 전면 자연 복원으로 변함이 없다. 지금까지는 기본 입장을 바꿀 만한 외부의 설득과 힘은 없었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 부지의 땅 소유주다. 권리 행사의 주체인 셈이다. 평창올림픽·패럴림픽까지 강원도에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건립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곳이 바로 산림청이다.
강원도와 평창조직위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만드는데 2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자했다.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은 국내외 언론의 찬사 속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은 강풍으로 경기 일정이 일부 조정된 걸 빼고는 무난히 대회를 치러냈다.
강원도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 중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산림청의 기본 계획을 뒤집을 만한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는데 간단치 않다. 산림청은 이미 강원도가 제출한 정선 알파인 경기장 사후 활용 및 복원 방안 계획서를 '구체적이지 않다'고 평가해 돌려보냈다. 산림청은 강원도에서 보완 수정해 다시 올라올 계획서를 본 후 중앙산지관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당초 23일 위원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강원도의 계획서 제출이 늦어지면서 4월에 위원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강원도가 산림청을 설득할 만한 사후 활용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느냐가 변수"라고 말한다. 산림청은 강원도가 이미 제출한 계획서에는 구체적인 활용 방안이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았다고 한다.
강원도는 최근 최문순 도지사가 나서 올림픽 시설 사후 활용 차원에서 동계아시안게임 유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동계아시안게임 유치는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 여러 정부 기관의 협조가 필요한 사항이다. 강원도의 뜻만으로는 대회 유치가 뚝딱 성사되기 어렵다. 결국 강원도 입장에선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사후 활용하기 위해선 민간투자자를 찾아야 하고 또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강원도와 정선군은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올림픽 유산으로 남기고 싶어 한다. 스키인들도 자연 복원 보다 활용하자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가대표 출신 박재혁 한국스키지도자연맹 부회장은 "덮는게 능사인지 종합적인 검토를 했으면 좋겠다.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통해 스키 인구가 늘어날 것이고, 또 우리 대표팀의 활강 실력도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이 경기장을 조성하는데 2000억원 이상의 돈을 썼다. 또 자연으로 복원하는데 많은 돈이 들 것이다. 그것 보다는 잘 살려서 활용하는 쪽으로 묘안을 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키인들은 힘들게 탄생한 국내 유일의 국제대회 유치 가능한 활강 코스를 지키고 싶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산림청의 계획 대로라면 정선 알파인 경기장 복원 예산은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이 복원 비용도 강원도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알파인 경기장 폐쇄 문제는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다. 그런 만큼 결론을 내리기 전에 양 측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토론을 거쳐야 할 사안임이 분명해 보인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