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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도 잘 탔다고 할 것 같다."
세계 스피드스케이팅 팬들의 시선은 '월드컵 랭킹 1위' 다카기 미호(일본)와 '세계기록 보유자' 헤더 베르그스마(미국), 네덜란드 빙속여제 이렌느 뷔스트의 금메달 대결에 쏠렸지만 대한미국 안방 팬들의 시선은 노선영에게 머물렀다. 19년 선수인생에서 가장 뜨거운 환호성 속에 스타트라인에 선 노선영은 최선을 다한 레이스를 펼쳤다. 어깨에 13㎝ 혹을 매달고도 올림픽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던 '쇼트트랙 천재' 동생 노진규가 2016년 골육종 투병끝에 세상을 떠난 후, 노선영은 평창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은퇴도 미룬 채 앞만 보고 달려왔다.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노선영은 눈물을 글썽였다. 평창 스타트라인에 서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대한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선수 등록에 문제가 생겼다. 태릉선수촌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홀로 짐을 쌌다. 이튿날 도핑 징계로 인해 러시아 선수의 출전이 불발되며 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엔트리가 번복됐다. 김상항 빙상연맹 회장이 직접 그녀를 찾아 사과했다. 어렵게 마음을 돌렸다. 기적같은 기회를 받아들였고, 주어진 기회에 선수로서 최선을 다했다.
평창올림픽, '고 노진규의 누나' 노선영은 아픔과 상처를 딛고 올림피언으로서의 '최선'이 무엇인가를 보여줬다. 처음부터 메달은 중요치 않았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2010년 밴쿠버올림픽, 2014년 소치올림픽에 이어 생애 4번째 평창올림픽, 언제나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한 레이스였다. 그녀의 '동생과 함께 한 질주'는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