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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테니스계의 '떠오르는 별' 정 현(58·삼성증권 후원)이 한국 테니스 역사를 다시 썼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 진출에 성공했다.
호주오픈 16강은 정 현이 한국 선수 최초였다.
정 현은 설욕에도 성공했다. 정 현은 2년 전 호주오픈 1회전에서 당시 세계 1위 조코비치와 만나 0대3으로 완패한 바 있다. 당시 세계 51위였던 정 현은 호주오픈 본선 첫 출전에서 조코비치를 넘어서기에 역부족이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한 정 현은 단숨에 세계 테니스의 미래를 이끌어 갈 선수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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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 플레이어였던 조코비치는 지난해 프랑스오픈부터 남자 테니스계의 전설 안드레 아가시를 코치로 선임하면서 재활에 몰두했다. 복귀전은 호주오픈이었다. 부활하는 듯했다. 2회전 상대인 가엘 몽피스(39위·프랑스)에게만 1세트를 내줬을 뿐 1회전 상대 도널드 영(63위·미국)과 3회전 상대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22위·스페인)를 모두 3대0으로 제압했다.
하지만 조코비치의 재기를 한국의 스물 두 살 청년인 정 현이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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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트에서도 내리 3게임을 챙긴 정 현은 4-1로 앞선 상황에서 내리 3게임을 잃어 4-4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조코비치는 경기 내내 허리와 허벅지, 어깨가 불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좌우로 정 현을 흔들며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정 현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 현은 위기에서 강했다. 게임스코어 5-5인 상황에서 그라운드스트로크 맞대결에서 밀리지 않으며 2게임을 극복해내 2세트마저 따냈다.
3세트 초반에는 앞선 두 세트와 달리 정 현이 기선을 제압하지 못했다. 3-3으로 팽팽한 접전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정 현은 자신의 서브 게임을 어렵게 유지하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다. 특히 30-40으로 뒤진 상황에서 발리 대결이 펼쳐졌지만 조코비치의 발리가 아웃되면서 기사회생할 수 있었다.
4-4로 팽팽한 상황에서도 정 현은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스트로크로 조코비치를 당황케 만들었다. 그리고 환상적인 리턴샷으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켜낸 정 현은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이겨내지 못하며 타이브레이크 접전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 현은 이미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모든 스트로크가 코트 구석을 찔렀다. 두 차례 강력한 샷과 조코비치의 실수를 더해 연속 3점을 따낸 정 현은 좌우로 흔든 조코비치의 샷을 끝까지 따라가 받아 넘겼다. 아쉽게 3점을 내리 허용한 정 현은 조코비치의 범실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이어 긴 랠리 끝에 멋진 패싱 샷으로 5점을 따낸 뒤 서브 에이스로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조코비치의 범실로 3시간 30분의 승부를 마무리했다.
정 현의 8강 상대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는 세계랭킹 97위 테니스 샌드그렌(미국)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