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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80년대생'박태환, 4번의 세계선수권과 10년의 도전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7-07-22 23:12




'대한민국 수영 레전드' 박태환(28·인천시청)의 4번째 세계수영선수권이 드디어 시작된다.

23일 시작되는 국제수영연맹(FINA) 헝가리 부다페스트세계수영선수권 남자자유형 400m 예선 5~6조에서 박태환은 유일한 '80년대생' 우승후보다.

유일한 80년대생 우승후보, 나이는 숫자일 뿐

FINA에서 정해준 A기준기록순으로 이뤄지는 조 편성에서 우승후보들은 대부분 5~6조에 몰려 있다. 남자 자유형 400m 조편성을 살펴보면, 예선 6개조 중 5조에는 올시즌 세계랭킹 1위이자 2013년 카잔대회 이후 3연패를 노리는 쑨양이 있다. 6조에는 지난해 리우올림픽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인 맥 호턴(호주), 동메달리스트 가브리엘 데티(이탈리아)가 박태환과 함께 나선다.

이변이 없는 한 결선진출자 8명은 대부분 5~6조에서 나오고, 이들 가운데 금, 은, 동메달이 결정된다. 전세계 현역 중장거리 수영의 최고 레이서들이 총출동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18명 중 14명이 20대 초반, 1994~1996년생들이다. 중국의 치유지아우는 1998년생, 19세로 최연소다. 박태환의 오랜 라이벌인 1991년생 쑨양(26)이 두번째로 나이가 많다. 1980년대생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박태환이 유일하다.

전체 출전자를 통틀어 보면 예선 3조에 1989년 11월생인 이라클리 레비시빌리(조지아)가 있지만 기록은 3분56초05로 메달권과는 거리가 멀다.

10년전인 2007년 만18세의 나이에 '자신의 우상' 그랜트 해켓(호주)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이 2017년 '최고령 우승후보'로서 자신의 4번째 세계선수권에 나선다. '가장 오래, 가장 잘하는 선수'는 세상 모든 선수들의 로망이다. 박태환은 그 꿈을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시련과 한계에 끝없이 도전하는 불굴의 선수다. 2007년 멜버른, 2011년 상하이에 이어 세번째 남자 자유형 4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자유형 400m는 박태환이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종목이다. 수영선수로서 모든 것을 갖춘 '절대 에이스'들의 전쟁터다. '자유형의 꽃'과 같은 이 종목은 절대적인 스트로크과 강인한 체력을 기반으로 스피드, 지구력에 노련한 레이스 운영 능력까지 갖춰야 한다. 100~200m는 순간적, 압도적인 스피드로 순식간에 끝나지만, 3분40초 언저리에서 우승자가 결정되는 400m 레이스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400m 내내 50m 구간에서 27~28초대를 일관되게 유지하려면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자칫 상대를 의식해, 오버페이스 했다가는 막판 추월을 허용할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을 25~26초대로 밀고 들어오는 뒷심 스퍼트 역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치밀한 레이스 전략과 견제, 영리한 운영, 막판 뒷심까지 모든 것이 맞아들어야만 승리할 수 있는 종목이다.


지난해 전국체전 현장에서 새벽 6시 경기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혼자 몸을 풀고 있는 박태환.

'와신상담' 리턴매치, 이날을 기다렸다

박태환의 자유형 400m 메달 도전은 이런 관점에서 봐야 한다. 세월을 거스르는 레이스를 위한 준비는 외롭고 혹독하다. 지난해 10월 전국체전 현장에서도, 11월, 4관왕에 오른 일본아시아수영선수권에서도, 캐나다 윈저세계쇼트코스선수권 현장에서도 박태환은 새벽 6시에 수영장 불을 켜고, 몸을 푸는 유일한 선수다. 지난 6월, 헝가리 출국을 위해 3박4일간 귀국했을 때도 새벽부터 동네 25M 풀에서 물살을 갈랐다. 기록종목에서 10년 넘게 세계 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재능에, 재능을 넘어서는 열정과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2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회복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 지구력 훈련,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번이라도 더하려 의식적으로 애썼다. 하루 1만m, 피를 토하는 훈련을 거듭하며, 5~10년 가까이 어린선수들과 대등한 레이스를 펼치는 베테랑 선수의 투혼,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수영을 향한 무한 열정이다.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은 박태환이 1년간 간절하게 꿈꿔온 '와신상담' 리턴 매치다. 박태환은 지난해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경기를 수십번 복기했다. 풀을 떠난 지 2년만에 경기 감각이 떨어진 채로 출전한 예선전에서 풀스퍼트하지 못한 점은 후회가 남았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다르다. 아시아선수권, 쇼트코스세계선수권을 통해 자신감과 실전 경험을 쌓았다. 예선 마지막조인 만큼 5조까지의 상황을 보고 페이스도 조절할 수 있다.

박태환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도 예선이 중요하다. 결승에 올라가면 첫 50m를 가장 많이 신경쓸 것같다. 스타트에서는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 믿기 때문에 훈련에서도 그부분을 생각하면서 레이스 페이스, 운영 등을 준비하고 있다. 혼자 레이스를 치고 나갈지, 상대선수와 맞춰서 막판 스퍼트를 할지 생각중이다. 훈련으로는 자신있지만 경기는 뛰어봐야 알 것같다"고 했었다.

선수로서 나이가 들어서 좋아진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좋아진 것보다 안좋아진 게 더 많다. 나이도, 생각도 많아지고, 체력도 떨어지고…"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좀 능숙해진 게 좋아진 것같다. 레이스에 있어서 예전에는 많은 생각을 가지고 하지는 않았다. 겁 모르고 막 했다. 지금은 나름 겁도 많아지고 조심스러워진 것도 많은데 능숙하게 레이스를 하게 된 것은 나아진 점이다. 이 능숙함을 잘 활용한다면 좋은 마무리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박태환은 23일 오후 4시30분 시작하는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마지막 6조 3번 레인을 배정받았다. '불굴의 레이서' 박태환의 도전이 곧 시작된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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