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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마롱을 물리친 정상은(삼성생명)이 중국 우시 아시아탁구선수권 남자단식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쉽게 2위를 기록했지만 이번 대회 정상은은 매경기 찬란했다. 32강에서 '세계1위' 마롱을 3대1로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다. 16강에서 홍콩 에이스 장티아니를 풀세트 접전 끝에 3대2로 꺾고 8강에 진출했다. 8강에선 일본 에이스 요시무라 마하루를 3대1로 꺾고 동메달을 확보했다. 준결승전은 명불허전이었다. 쉬신(세계랭킹 3위)을 꺾고 올라온 '일본 왼손 에이스' 니와 코키를 세트스코어 3대2로 꺾었다. 먼저 2세트를 내줬지만 마지막 3세트를 연거푸 따냈다. 마지막 세트 5-8, 6-10까지 밀렸지만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13-11로 경기를 뒤집는 괴력을 선보였다.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2007년 오상은의 동메달 이후 10년만에 준결승 진출을 이룬 데 이어 준우승 쾌거를 일궈냈다.
'복병' 정상은은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보여줬다. 14일 남자단식 32강에서 패기 넘치는 플레이로 '세계1위' 마롱을 무너뜨렸다. 오른손 셰이크핸더인 정상은은 재중동포(조선족) 출신이다. 2005년 귀화해 동인천고를 거쳐 2009년 삼성생명에 입단했다. 2007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팔로알토 세계주니어탁구선수권 개인단식 챔피언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 은메달에도 힘을 보탰다. 2015년 국제탁구연맹(ITTF) 헝가리오픈 개인단식에서 준우승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거뒀으나 최근 몇년새 어깨부상과 심적 부담감 등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지난해 코리아오픈을 마지막으로 ITTF 주관 대회에 나서지 않았다. 40~60위를 오르내리던 ITTF 공식 랭킹도 사라졌다. 올시즌 랭킹도 없이 나선 첫 국제대회에서 12년만에 남자탁구대표팀 단체전 준우승을 이끌었다. 개인단식 32강에선 '세계랭킹 1위' 마롱을 꺾어내며 대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결국 결승행까지 이뤄냈다. 10년전 주니어 세계챔피언의 저력을 보여줬다.
소속팀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은 "정상은은 기본기가 탄탄한 선수다. 특히 빠른 스피드와 포어드라이브는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 한번 불붙으면 아무도 못말리는 엄청난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직후 어깨 부상과 후배들의 약진속에 심적으로도 슬럼프를 겪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내년 인도네시아아시안게임,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한 목표를 이야기하며 오픈대회 출전, 중국리그, 유럽리그 경험을 쌓고 싶다는 의욕을 보이더라"고 귀띔했다. 새마음으로 나선 아시아선수권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