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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9단, 인간 자존심 지켰다…인공지능 딥젠고에 역전승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7-03-22 17:09


◇박정환 9단. 사진제공=한국기원

박정환 9단(24)이 일본의 인공지능 딥젠고를 누르고 '한국랭킹 1위의 자존심'을 지켰다.

박 9단은 22일 일본기원 관서총본부에서 열린 '월드바둑챔피언십' 2차전에서 딥젠고에게 347수까지 가는 6시간 넘는 혈투 끝에 불계승을 거뒀다. 박 9단은 전날 일본의 이야마 유타 9단을 상대로 불계승을 거둔데 이어 2연승을 기록했다. 23일 미위팅 9단과 대회 우승을 놓고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

관심을 모은 박 9단과 딥젠고의 대결은 전날 미위팅 대 딥젠고 대국 양상과 비슷하게 진행됐다.

박 9단은 승리를 거두기는 했지만 중반까지 딥젠고의 두터운 계산력에 밀려 진땀을 흘려야 했다. 초반 대세를 장악한 딥젠고는 중반에 접어들자 완착을 몇 차례 두었으나 우위는 변하지 않았다. 바둑 TV에서 해설을 맡은 이세돌 9단은 "딥젠고가 실수를 했지만 경기는 뒤집어 지지 않았다. 역시 만만치 않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딥젠고 개발팀에 따르면 중반까지만 해도 딥젠고가 승리할 확률을 70% 이상이었다. 이세돌 9단도 끝내기에 돌입한 시점에서 "딥젠고가 만약 인간이었으면 역전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형세는 박 9단에게 불리했다.

하지만 바둑판에 돌어 더 놓이기 시작하면서 딥젠고의 약점이 또 노출되기 시작했다. 전날 중국 미위팅 9단과의 대국과 비슷하게 딥젠고는 잔 실수를 연발했다. 딥젠고가 엉뚱한 수를 두는 사이 박 9단은 슬그머니 형세를 뒤집었다. 승부가 완전히 기울자 딥젠고는 버그에 가까운 엉뚱한 수를 몇 차례 두기도 했다.

딥젠고는 2016년 3월 바둑소프트 '젠(Zen)'을 중심으로 IT기업 드왕고와 도쿄대가 협력해 개발을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CPU 2개, GPU 4개 뿐이라 1920개의 CPU와 280개 GPU를 장착한 알파고에 비해 사양에서 차이가 난다. 이 대회 직전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컴퓨터 바둑대회에서도 중국의 인공지능 줴이(絶藝/FineArt)에게 두 차례 무릎을 꿇었다.

한편,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같은 장소에서 박정환 9단 vs 미위팅 9단, 딥젠고 vs 이야마 유타 9단이 대결한다.

풀리그를 벌여 순위를 가리는 '월드바둑챔피언십'의 우승 상금은 3000만엔이며 준우승은 1000만엔, 3위와 4위에게는 500만엔의 상금이 걸려있다. 제한시간은 각자 3시간이며 초읽기는 1분 5회씩이 주어진다.

한국기원에서는 대회 최종일인 24일 오후 2시부터 2층 대회장에서 목진석 9단과 하호정 4단이 바둑팬을 대상으로 공개해설회를 가지며 바둑TV에서는 대국을 생중계한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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