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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소프요? 생각하기도 싫어요."
하지만 김현우는 좌절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보조 스타세비치(크로아티아)와의 3~4위전에서 오른팔이 탈골되는 불운을 겪었다. 김현우는 강했다. 불굴의 의지로 기어코 상대를 잡아 돌렸다. 결국 6대4로 승리하며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매트 위에 태극기를 펼쳐놓고 큰 절을 올리는 세리머니로 국민들에 큰 감동을 줬다. 이날은 71번째 광복절이었다.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낸 김현우를 15일 브라질 리우 코리아하우스에서 만났다. 일단 몸상태부터 물었다. 김현우는 반깁스로 오른팔을 고정시켰다. 그는 "어제 선수촌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MRI(자기공명장치)는 못찍었다. 엑스레이 상으로는 뼈에 큰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인대쪽에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시합이 끝났으니까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하겠다"고 했다.
화제가 됐던 세리머니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시합날이 광복절이었다.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을때도 태극기에 절하는 세리머니를 했다. 레슬링과 김현우를 응원하는 모든 분께 감사의 의미를 담았다. 한국 대표하는 것이 자랑스럽고 영광스럽기에 세리머니를 준비했다"고 했다. 세리머니 후 뜨겁게 흘린 눈물의 의미도 궁금했다. 김현우는 "그 순간, 올림픽을 준비한 4년이 생각났다. 북받쳤다. 힘든 순간이 있었기에 값진 동메달을 땄다. 오묘했다. 기쁘기도 슬프기도 했다"고 했다.
아쉬운 김현우를 향해 많은 위로가 쏟아졌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김현우는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이라고 했을때 마음이 뭉클하더라. 그 말이 내게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어 "당연히 메달 색깔이 중요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큰 것을 얻었다. 위로 해주신 대로 '금메달 보다 값진 동메달'이라고 생각하고 살 것이다. 자부심을 가지고 많은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는 오심을 잊고 더 큰 도약을 꿈꿨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경기력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실수를 했다. 실점을 많이 했기에 진 것이다. 결과에 승복한다. 내 부족한 것을 채우겠다"며 "특히 파테르 방어가 부족했다. 4년까지 생각하지 않고 내가 지금 뭐가 부족한지, 뭐를 더 보완할지 차근차근 앞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오심은 괴로웠지만, 김현우는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한뼘 더 자라있었다. 이번 리우올림픽이 김현우의 레슬링 인생에 큰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본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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