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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를 구할 수가 없어요."
크라머의 고향, 헤레인베인 경기장은 축제의 열기로 가득찼다. 경기장 입구부터 늘어선 차들로 인산인해였다. 버스에서 내린 채 걸어서 들어가야 했다. 오렌지 모자, 오렌지 머플러를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거리에 늘어섰다. 경기장 초입에선 네덜란드빙상연맹에 연 120억원을 후원하는 최대 스폰서인 통신사 KPN이 장갑과 머플러를 무료 배포했다.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눈부신 오렌지 물결이 시선을 압도했다. 얼음을 녹일 듯한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선수들이 400m 트랙을 질주할 때마다 '오렌지빛' 릴레이 파도 응원이 이어졌다. 장관이었다.
각 레이스가 펼쳐지는 틈틈이, 빙질을 다듬는 인터미션에는 관중들을 위한 끊임없는 볼거리가 이어졌다. 링크 중앙에서 진행되는 주요 선수들의 현장 인터뷰는 링크 천장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관중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다. 만39세에 선수 은퇴를 선언한 '레전드' 밥 데용을 위한 은퇴식도 진행됐다. 밥 데용은 밴쿠버올림픽 남자1만m에서 동메달을 딴 후 '챔피언' 이승훈을 목마 태우는 세리머니로 한국인들에게도 유명하다. 밥 데용이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링크 중앙에 섰다. 네덜란드왕립빙상연맹(KNSB) 창설 이후 단 2명의 선수만에게 주어진 명예의 전당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기립한 팬들이 그들의 영웅을 향해 갈채와 찬사를 쏟아냈다.
현지에서 만난 열혈팬 맨디-리안 붐 자매는 로테르담에서 헤레인베인까지 200㎞, 2시간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이 경기장에서 경기가 있을 때면 항상 온다. 네덜란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 그 다음은 스피드스케이팅이다. 우리는 스피드스케이팅을 더 좋아한다"며 활짝 웃었다. "우리는 마이클 멀더와 스벤 크라머의 팬"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무려 23개의 메달을 휩쓴 '빙속 강국' 네덜란드의 힘은 팬들의 함성으로부터 나온다.
헤레인베인(네덜란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