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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수의 아이들'장우진의 쾌거"한국탁구의 희망 되길"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5-10-02 16:44



사진제공=더핑퐁 안성호 기자

"장우진의 쾌거가 남자탁구의 자신감이 되기를 바란다."

'남자탁구 레전드' 김택수 KDB대우증권 감독이 '스무살 애제자' 장우진(20·KDB대우증권, 세계랭킹 41위)의 폭풍 성장에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장우진은 2일(한국시각) 태국 파타야에서 펼쳐진 아시아선수권 남자단식 8강에서 '런던올림픽 단식 챔피언' 장지커를 또다시 4대2로 물리쳤다. 추석연휴 남자단체전에서 3대2로 장지커를 돌려세운 지 나흘만에 또다시 완벽한 승리를 꿰차며, 우연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했다. 장지커는 중국 스포츠계에서 '김연아' 같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다.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컵 금메달을 모두 휩쓴 남자 탁구 역사상 4번째 커리어 그랜드슬래머이기도 하다. 천하의 장지커가 평정심을 잃었다. 6세트 7-8로 밀리던 상황에서 볼이 장우진의 상의에 맞았다고 주장하며 경기를 중단했고, 결국 2대4로 패한 직후 장우진을 향해 '손가락질' 욕을 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경기에서도 매너에서도 졌다. 한번도 꺾기 힘든 절대 에이스를 2번이나 꺾은 장우진의 쾌거에 탁구계가 후끈 달아올랐다.

장우진은 올시즌 대우증권 유니폼을 입은 실업 1년차 '새내기'다. 올해 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내로라하는 선배들을 모두 꺾고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테크니션' 김 감독은 2013년 주니어세계선수권 챔피언, 실력과 끼를 겸비한 '될성 부른 재목' 장우진을 더 엄격하게 가르쳤다. '원조 애제자' 정영식과의 경쟁을 통해 장우진을 자극했다. "격려도 하지만 많이 자극을 주고 있다. 아직 발전 가능성이 많은 미완의 대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진제공=월간탁구 안성호 기자
'국내 실업랭킹 1위' 정영식은 까다로운 선수다. 팀내 자체경기에서도 정영식을 이기기란 쉽지 않다. 장우진 역시 정영식을 좀처럼 넘지 못했다. 지난 7월 코리아오픈 4강 맞대결에서도 '선배' 정영식이 승리하며 단-복식 2관왕에 올랐다. 김 감독은 "팀 선배도 꺾지 못하면서 어떻게 중국을 이기느냐"는 말로 장우진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정영식은 지독한 연습벌레다. 부단한 노력은 리우올림픽 출전 티켓이 결정되는 올시즌 빛을 발하고 있다. 국제탁구연맹(ITTF) 9월 세계랭킹 14위를 찍었다. 명실상부한 톱랭커다. 이번 대회에서도 정영식은 장우진과 나란히 남자단식 8강에 진출했고, 남자복식에선 이상수와 함께 결승에 올랐다. '레전드' 김택수 감독의 가르침, '건실한 선배' 정영식과 동고동락하며 장우진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김 감독은 장우진의 장점에 대해 "주니어 때도 잘하지 않았나. 우진이만의 장점이 있다. 근성도 있다. 승부욕, 집중력 강하다"고 했다. "특히 중국 선수들에게 강하다. 우리 선수들은 중국선수들에게 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지만, 우진이는 다르다. 어릴 때 중국선수들을 이겨본 경험 덕분에 국제 무대에서 두려움이 없다. 나가서 더 잘하는 선수"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입단 후 김 감독이 가장 먼저 챙긴 부분은 마인드 컨트롤이다. "승부욕이 지나쳐서 경기중 컨트롤이 안되는 면이 있었다. 확 달아오르고 흥분하는 대신, 냉정하게 승부에 임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탁구를 대하는 태도가 좋아졌다"고 했다. 기술적으로는 백핸드 드라이브를 챙겼다. "탁구지능도 좋고, 서브도 좋고, 랠리도 좋고, 포어핸드드라이브도 좋은데, 백핸드드라이브가 약하다. 셰이크핸드 선수가 백핸드에서 밀리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백핸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택수의 계보를 이을 에이스냐'는 질문에 "우진이는 결과로 보여주고 있다"고 명확하게 답했다. "이제 단순한 가능성, 기대감으로 이야기하면 안된다. 대회에 나가서 결과를 보여주는 선수가 '가능성 있는 선수'다. 우진이는 보여주고 있다. 장지커를 두번 이겼고, 코리아오픈에서 일본 톱랭커 미즈타니 준도 이겼다. 또래 선수들 중에 장지커와 미즈타니를 이긴 선수가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탁구를 잘 치는 선수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선수가 잘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수 장우진의 가장 큰 장점을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즉답했다. "우진이는 탁구를 정말 좋아한다. 너무 좋아한다. 욕심도 있고, 근성도 있고, 끼도 있다. 멋진 세리머니도 하고 싶어한다"며 웃었다.

김택수 감독은 쾌거를 일군 '애제자' 장우진을 향해 따뜻한 칭찬을 건넸다. "우진이에게 정말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보다 더 잘할 수 없다. 요 근래 우리가 중국선수를 이렇게 연거푸 이긴 적이 없었다"며 웃었다. 한국탁구의 도약을 염원했다. "우진이를 통해 우리 한국탁구가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한국탁구가 자신감을 갖고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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