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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메이저 왕관 제이슨 데이, 가난과 병마 이긴 인간승리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5-08-18 07:35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결정짓는 순간 두 눈에선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제이슨 데이(28·호주)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챔피언십(총상금 1000만 달러)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데이는 17일(한국시각)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휘슬링 스트레이츠 코스(파72·7514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기록했다. 최종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데이는 조던 스피스(미국)를 3타 차로 제치고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워너메이커 트로피의 주인공이 된 데이는 우승 상금 180만 달러(약 21억원)를 받았다.

3라운드까지 2위 스피스를 2타 차로 앞선 데이는 7번 홀(파3)까지 버디만 4개를 기록하며 스피스와 격차를 4타로 벌렸다. 후반 9홀에 접어들어서도 데이는 스피스와 격차를 줄곧 3타 이상으로 유지하며 비교적 큰 위기 없이 대회를 마무리했다.

데이는 올해 US오픈과 브리티시오픈에서도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가 4라운드에 우승권에서 멀어지는 아쉬움을 남겼으나 이번 대회에서 마침내 메이저 대회를 정복했다.

세계 랭킹 5위인 데이는 2011년 마스터스와 US오픈, 2013년 US오픈에서 준우승했고 메이저 대회 10위 안에 9차례나 이름을 올리는 등 '메이저 대회 우승이 없는 톱 랭커'에 단골로 거론됐던 선수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그 동안 메이저 무관의 설움을 한번에 씻어냈다.

이번 메이저 대회 우승은 데이가 가난과 병마와 싸워 일궈내 더욱 값졌다.

아일랜드계 호주인인 아버지와 필리핀 출신 어머니를 둔 데이는 12살 때 아버지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가난의 고통이 찾아왔다. 데이는 다른 사람이 쓰다 버린 골프채를 쓰레기통에서 찾아 골프를 시작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데이는 골프를 포기하지 않았다. 골퍼로 어느정도 이름을 알린 데이에게 아픔은 끝나지 않았다. 지난 2013년 11월에는 태풍 하이옌에 필리핀에 살던 친척 8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었다. 데이는 필리핀에 친척이 여러 명 살고 있었다. 당시 태풍 하이옌 때문에 외할머니와 외삼촌, 사촌 등 가까운 친척 8명이 사망했다. 또 올해 6월 US오픈에서는 2라운드 경기 도중 현기증으로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일도 있었다. 2010년부터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이라는 병을 앓는 그는 몸이 보내주는 위치 신호를 뇌가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해 앞이 캄캄해지고 어지러운 느낌이 종종 든다고 한다. 투혼을 발휘해 이 대회 3라운드까지 공동 선두를 달린 데이는 그러나 4라운드에서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공동 9위로 밀려났고 바로 이어 열린 PGA 투어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는 출전을 포기했다.

챔피언 퍼팅을 남겨놓고 울음을 터트린 데이는 "사실 내가 오늘 울 줄은 몰랐다"며 "그동안 여러 차례 메이저 우승 기회를 놓친데다 오늘도 동반 플레이를 한 스피스를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우승을 하게 돼 더욱 놀라웠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3타 차로 준우승한 스피스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제치고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17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친 스피스는 이번 대회에서 단독 2위를 기록했다. 스피스가 이번 대회에서 단독 2위를 할 경우 매킬로이는 공동 6위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세계 1위를 유지할 수 있었으나 매킬로이는 9언더파 279타로 17위에 머물렀다.

올해 마스터스와 US오픈 정상에 오른 스피스는 브리티시오픈 4위, 이번 대회 준우승 등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상위권 성적을 냈다. 다만 1953년 벤 호건, 2000년 타이거 우즈에 이어 세 번째로 한 해에 메이저 3승을 거두는 데는 실패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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