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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조끼 입혀라."
납조끼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지옥훈련'을 상징하는 공포의 단어다.
고생 끝, 또 고생 시작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강행군으로 다시 시작한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 2개의 아쉬운 성적때문 만은 아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노출된 체력적 부족분을 채우기위해서다. 당장 9월에 잇달아 열리는 일본오픈과 코리아오픈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사치다.
일본오픈(9월 8∼13일) 개막 이전 3주일 동안 맹훈련 계획도 수립했다. 휴식은 사치다. 3주일간 외출·외박도 금지됐다.
공포의 대상 납조끼도 다시 꺼내입기로 했다. 납조끼는 납덩어리가 5∼10㎏ 가량 장착된 조끼 모양의 트레이닝 장비를 말한다. 이걸 입고 훈련을 하면 제 아무리 체력 좋은 남자선수라도 20∼30분 만에 혀를 빼문다. 달리기 훈련을 할 때 모래주머니를 차는 것과 비슷하지만 온몸을 짓누르는 납조끼의 중압감은 훨씬 가혹하다. 이 무더위에 납조끼 명령이 떨어지면 일단 선수들은 '죽었다'고 복창해야 하다.
납조끼를 입고 담당 코치가 쳐주는 공을 받아 내는 수비훈련부터 공격훈련, 셔틀런 등 '죽는' 방법은 다양하다. 강경진 대표팀 코치는 "납조끼 훈련을 40∼50분 한세트를 받고 나서 조끼를 벗으면 날아갈 것처럼 가뿐하다. 고통스럽지만 단기간에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선수들은 세계선수권을 통해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잘 알기에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눈치다. 이용대는 "다들 내년 올림픽을 바라보는데 어차피 각오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채찍'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이 선수들 몰래 준비하는 '당근'이 있다. 십전대보탕이다. 이 감독은 지인이 보신용 재료를 구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곧바로 이를 찜해놓고 사비를 들여도 좋은 십전대보탕을 넉넉하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여자단식 성지현이 세계선수권 준결승에서 패한 뒤 면담에서 "너무 힘이 들었다"고 토로한 게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이 감독은 성지현뿐만 아니라 필요한 선수에게 십전대보탕을 나눠 줘 기력을 보충하도록 할 예정이다. 십전대보탕으로 다스리는 지옥훈련. 한국 배드민턴이 어떤 효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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