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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1조7500억원 경기장 사후활용 어떻게?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4-10-03 08:02


그래픽=김변호기자bhkim@sportschosun.com

'적자' 아시안게임의 악몽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을 앞두고 인천시가 감당해야할 부채에 대한 우려의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16개 신설 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인천시 입장에서도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인천시는 1일 배국환 정무부시장 주재로 각기관 대표자들이 모여 활용방안 및 예산에 대한 회의를 가졌다. 인천시 관계자는 "폐막식 직후인 6일 유정복 인천시장이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1조7500억원 신축 경기장, 향후 활용방안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신설경기장 16개를 짓는데 투입된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인천시는 대회 경기장 49곳 중 16곳을 신축하고 12곳을 보수했다. 재원마련을 위해 발행한 지방채 원금이 1조2523억원, 이자까지 합치면 1조7502억원에 달한다. 아시아드주경기장 건립에는 무려 4900억원이 소요됐다. 전체예산 2조5000억원의 무려 20%에 달한다. 당장 내년부터 15년 주기의 부채 상환이 시작된다. 내년 673억원을 시작으로, 2020년 1573억원을 갚은 후 2029년이 돼야 '빚잔치'가 끝난다. 이미 심각한 재정난에 시달리는 인천시로서는 쉽지 않은 과제다.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아시아드주경기장 활용이 향후 가장 큰 과제다. 일단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롤모델 삼고 있다. 주경기장 전체좌석 6만2818석중 가변석 3만여석을 철거한다. 이 공간에 패션몰, 아울렛 등 대규모 복합상가를 유치하고 마트, 컨벤션센터, 예식장, 영화관 등 상업, 편의시설을 유치할 계획이다. 인천시시설관리공단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을 비롯해, 송림체육관, 계양체육관 등 5개소를 관리한다. 송림체육관은 수영장 운영, 스포츠센터 운영, 어린이 복지시설 및 컨벤션센터 유치를 추진한다. 계양체육관은 스포츠센터 및 야외공연장 전시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인천시체육회는 문학박태환수영장, 선학핸드볼경기장, 선학하키경기장,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 등 6개소를 관리한다. 문학박태환수영장의 경우 엘리트선수들의 훈련공간으로 사용하는 한편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은 내년 시즌부터 여자축구 WK-리그 현대제철의 홈구장으로 이용하자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보조구장에 인조잔디를 깔아 유소년 축구, 조기축구 동호인들에게 대여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선학하키경기장은 국제하키대회 유치 및 엘리트 선수들의 전훈지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선학핸드볼경기장은 선학국제빙상경기장으로 변신한다. 국제대회 유치 및 선수훈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엘리트선수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스케이트장을 개방해 수익을 도모할 계획이다. 체조장으로 이용됐던 남동체육관은 남동구청이 , 복싱경기가 열렸던 선학체육관은 연수구청이 관리한다. 지역구민들의 숙원사업이었던 만큼, 생활체육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 강화고인돌체육관과 아시아드BMX경기장은 강화고려역사재단에서 관리한다.

경기장 사후 활용, 문제는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16개 경기장에 대한 계획은 잡혔지만 문제는 계획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다. 전철역와 인접해있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박태환수영장, 선학빙상장처럼 확실한 타깃 수요와 프로그램이 확보된 곳은 사정이 낫다. 무엇보다 국제체육시설을 일반체육시설로 바꾸는 데 필요한 리모델링 예산도 구체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적자폭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일반 개방을 위해서는 조기예산이 투입돼 리모델링도 하고, 안전장치, 인력운용 계획도 수립돼야 하는데 재오픈 일정 자체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털어놨다. 선학국제빙상장의 경우에도 빙상장 유지에 필요한 재원이 만만치 않다. 일반 개방을 위한 스케이트 등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빙질관리를 위한 기계, 전문인력도 필요하다. 선투자 후수익을 노려야 하는 상황인데, 13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인천시의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초기예산 편성 자체가 부담스럽다.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이 끝난 후 당장 11월부터 노는 경기장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신설경기장을 포함해, 총 26개의 경기장을 운영하는 데 연간 157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업시설, 편의시설 유치를 통한 수익모델을 제시하고 있지만, 157억원의 운영비를 자체수익으로 메우기란 불가능하다.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있다.

특히 인천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에 대해서는 '애물단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높다. 아시아드주경기장 건립 강행에 대해 세간에선 표심에 편승한 정치적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횡행한다.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신축 결정 당시 정부는 문학경기장의 재활용을 권했었다. 4900억원을 들인 경기장은 개폐회식, 육상경기에만 쓰였고, 이후 복합쇼핑몰, 영화관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혈세 낭비라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입지조건상 투자전망도 순탄치 않다. 한 관계자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상암DMC 등 개발 계획과 함께 진행됐기 때문에 투자 유치가 원활하게 진행됐다. 전철역,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 입지조건도 좋다. 아시아드주경기장은 주변은 허허벌판이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다. 전철 등 접근성도 좋지 않다. 기업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진행된 첫 종합대회, 인천아시안게임은 지자체의 한계와 현주소를 여실히 확인한 대회였다. 국가 주도하에 열린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 비해 현장은 열악했고, 수많은 허점이 노출됐다. 2조원 예산 대부분이 시설 설비에 들어가면서 현장은 늘 예산 부족에 시달렸다. 안상수 전 시장이 유치하고, 송영길 전 시장이 준비하고, 6·4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유정복 시장이 불과 석달만에 아시안게임 집행위원장이 됐다. "수장이 계속 바뀌면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유 시장은 1일 인천시 월례조례에서 "불과 16일간 대회를 치르려고 2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천아시안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모든 일을 하는데 중요한 것은 책임성"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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