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세계 육상계, 미국 아성 무너졌다

신창범 기자

기사입력 2013-08-19 17:40


'자메이카 시대가 열릴까.'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폐막했다. 육상 강국 미국의 입지가 좁아졌다. 반면 단거리 패권을 잡은 자메이카가 미국을 견제했다. 러시아는 예전의 명성을 되살렸다.

미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6개와 은메달 13개, 동메달 6개를 따내 종합 메달 순위에서 2위에 올랐다. 개최국 러시아는 홈 잇점을 최대한 살리며 7개의 금메달을 휩쓸며 1위 자리를 빼앗았다. 미국은 메달 수를 기준으로 따질 때 2005년 헬싱키 대회부터 기록한 종합 5연패 행진이 끊겼다.

종목별 1∼8위에게 차등 분배하는 포인트를 기준으로 종합 순위를 계산하면 281점으로 러시아(182점)을 누르고 1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미국의 아성에 금이 간 것만큼은 사실이다. 특히 러시아는 여자 1600m 계주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미국의 텃밭까지 위협하며 오랜 잠에서 깨어나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다시 태어났음을 알렸다.

미국을 위협한 나라는 러시아만이 아니다. 단거리에서 오랫동안 미국과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여 온 자메이카는 이번에도 미국에 완승을 거뒀다. 자메이카는 남녀 100m와 200m, 400m 계주 등 가장 인기 높은 주요 단거리 종목에서 모두 미국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미국은 단거리에서는 남자 400m와 남자 16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데 그쳤다. 그나마 허들 남자 110m와 여자 100m를 석권해 완전히 무너질 뻔한 자존심만 겨우 지켜냈다.

자메이카에서는 '번개' 우사인 볼트가 단거리 3연패를 달성하며 실력을 자랑했다. 여자부에서도 셸리 앤 프레이저가 새로운 단거리 여왕으로 탄생해 레이스를 주도했다.

그러나 미국은 타이슨 게이가 도핑으로 낙마했고 카멜리타 지터, 앨리슨 펠릭스 등 정상권을 지키던 여자 스프린터들까지 주춤해 자메이카의 질주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중·장거리에서도 아프리카의 강호 케냐와 에티오피아가 라이벌 체제를 새로 정립했다. 2년 전 대구에서는 케냐가 금메달 7개를 휩쓸어 에티오피아(금메달 1개)를 압도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케냐가 금메달 5개, 에티오피아가 3개를 따 차이가 좁혀졌다.

전반적인 기록은 기대 이하였다. 이번 대회에서는 한 개의 세계기록도 나오지 않았다. 대회 신기록도 남자 높이뛰기와 여자 해머던지기, 여자 400m 계주에서 한 개씩 나온 것이 전부였다. 2009년 베를린 대회에서는 3개의 세계기록이 쏟아졌고, 2011년 대구 대회에서도 남자 400m 계주 세계기록이 작성된 바 있다.


신창범 기자 tigger@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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