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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연세대)가 8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시아선수권에서 3관왕에 올랐다. 대한민국 리듬체조 최초의 금메달이자 역대 최고의 성적이다. 7일 개인종합 금메달에 이어 후프, 곤봉에서 금메달, 리본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4종목 중 3종목에서 압도적인 18점대를 기록했다. 절대적인 기량으로 금메달의 약속을 지켰다. 9일 아시아체조연맹(AGU) 홈페이지 메인화면에는 '아시아의 요정' 손연재의 사진이 클로즈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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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아시아선수권, 한국은 '런던올림픽 톱5' 손연재의 활약에 힘입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리듬체조 강국의 지형이 바뀌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의 금메달이 유력한 이유다. 손연재, 덩센위에 등 한국, 중국 선수들이 '전통의 강호' 카자흐, 우즈벡을 압도했다. 일본 유망주 카호 미나가와, 사쿠라 하야카와 등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지난 몇년간 러시아 전지훈련 및 국제대회 출전을 통해 실력과 경험을 쌓아온 덕분이다.
손연재는 현재 월드컵시리즈 등 세계무대에서 러시아,동구권 에이스들과 나란히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유일한 동양인 선수다. 아시아선수권에서의 선전은 예고됐었다. 엔트리만 살펴보면 사실 3관왕이 아닌 전관왕도 충분히 가능했다. 덩센위에 라흐마토바와 3파전을 벌였을 뿐,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선수들과는 기량차, 점수차가 워낙 컸다. 덩센위에, 라흐마토바도 세계무대에선 아직 손연재보다 한수 아래다. 이번 금메달의 의미를 아시아 정상을 재확인한 계기, 내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대한 '자신감'을 확인한 계기로 삼으면 충분하다. 아직은 '과정'이다. 1년 넘는 시간이 남은 만큼 경쟁자 구도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정상을 유지하기 위한 독한 노력이 계속돼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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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의 '폭풍성장'과 첫 금메달은 본인의 부단한 노력과 전문가 집단의 헌신이 결집된 결과다. 1분30초간 쉴새없이 구르고 뛰고 수구를 던지고 받는 리듬체조에서 체력은 절대적이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멀티풀 푸에테피봇 11회를 끊임없이 돌아야 하는 발목, 무릎엔 늘 부상이 따라다닌다. 훈련만큼 재활, 치료가 중요하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아시아선수권을 앞둔 주말, 송재형 송피지컬트레이닝센터 원장이 열일을 제치고 러시아 훈련센터로 날아갔다. 출국 직전까지 사흘간 막판 몸만들기에 혼신의 힘을 다했다. 송 원장은 손연재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함께해왔다. 손연재의 컨디션, 경기 전후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안다. 런던올림픽 현장에서도 동고동락했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금메달 현장에선 김연아의 물리치료 담당 트레이너로 함께 했다. 리듬체조, 피겨종목은 재활뿐 아니라 아름다운 라인이 중요하다. 시각적으로 가장 보기좋은 슬림라인을 잡아주는 것 역시 그의 몫이다. 송혜교, 박신혜 등 톱스타들도 드라마에 들어가기 전 그를 찾는다. 다소 살이 붙었던 몸에 다시 단단한 잔근육이 자리잡았다. 런던올림픽 당시 라인을 회복했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현지에선 '베테랑' 이문삼 트레이너가 함께했다. 이 트레이너는 '마린보이' 박태환의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광저우아시안게임 3관왕을 합작한 실력파 트레이너다. 현장에서 손연재의 컨디션을 완벽하게 조율했다. '피겨여제' 김연아와 '수영영웅' 박태환의 금메달을 빚어낸 전문가들의 노하우와 손길이 손연재에게 결집됐다. 광저우아시안게임때부터 심리상담을 해온 베테랑 조수경 박사(조수경스포츠심리연구소장)도 현장에서 함께했다. 손연재는 종목별 결승무대 볼에서 예기치못한 실수로 16점대를 기록하고도, 곧바로 이어진 곤봉에서 무결점 연기로 기어이 금메달을 따내는 능력을 보여줬다. 위기를 극복해내는, 놀라운 '회복 탄력성' 덕분이다. 금메달의 부담감을 털어내고, 위기를 떨쳐낼 수 있는 담대한 강심장을 단련했다. 대한민국 사상 최초, 리듬체조 금메달 획득을 남몰래 도왔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