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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결승전에서 22세 까까머리 청년이 '세계 1위' 왕하오를 꺾었다. 온몸으로 호쾌한 드라이브를 휘두르던 '탁구신동', 오른손 펜홀더 유승민이 유남규 이후 16년만에 만리장성을 넘어, 대한민국 탁구사를 새로 쓴 날이다. 이후 9년, 또다시 긴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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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은 코리아오픈을 선수생활의 마지막 국제대회로 삼았다. 6일 코리아오픈 본선무대에 서현덕 정영식 이상수 정상은 등 남자대표팀 차세대 후배 7명이 나섰다. 유승민은 대표팀 선수가 아닌 삼성생명 소속 선수로 출전했다. 형만한 아우는 없었다. '맏형' 유승민만이 유일하게 8강에 올랐다. 중국 일본 톱랭커들 사이에서 체면치레를 했다. 유승민에게 이번 대회는 의미가 같했다. 런던올림픽 이후 국내 팬을 위한 마지막 무대를 고민해왔다. 고향 인천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다시 한번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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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롱과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는 유승민 앞에 미모의 아내 이윤희씨가 달려왔다. "잘했어요. 수고했어요." 땀범벅이 된 아빠를 보자마자 갓 돌을 지난 아들 성혁이가 방긋 웃으며 두팔을 벌렸다.
13일 오후 유승민은 가족과 함께 다시 독일로 떠난다. 4월21일, 5월5일 두차례, 사르브뤼켄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승리한 팀은 6월2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결승전에 진출한다. 소속팀을 우승시키고 돌아오는 것이 목표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노장의 투혼은 아름답다. 왕하오를 돌려세웠던, 그의 호쾌한 파워드라이브가 그리울 것같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