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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복싱영웅 파퀴아오, 마르케스에 실신 KO패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2-12-09 16:56


필리핀의 '국민영웅'이자 현역 하원의원이기도 한 프로복서 매니 파퀴아오(34·필리핀)가 불의의 카운터 펀치 한 방에 쓰러졌다.

파퀴아오는 9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아레나에서 열린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39·멕시코)와의 네 번째 대결에서 6라운드 2분59초만에 KO를 당했다. 마르케스가 본능적으로 날린 오른손 훅에 얼굴 정면 턱부위를 얻어맞은 뒤 그대로 앞으로 쓰러져 카운트 10이 흐를 동안 일어서지 못했다.

이미 세 차례나 맞붙은 적이 있는 '세기의 맞수'의 네 번째 대결답게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파퀴아오는 2004년 마르케스와 첫 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뒤 2008년 3월에 열린 두 번째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이어 지난해 11월 열린 세 번째 대결 역시 파퀴아오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이때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인해 관중의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마르케스가 사실상 승자라는 말도 있었다.

이러한 비난을 씻기 위해 파퀴아오는 네 번째 대결에 임했다. 승리를 빼았겼다고 여긴 마르케스도 네 번째 대결에 응했다. 초반 기선은 파퀴아오가 잡았다. 특유의 빠른 스탭과 묵직한 잽으로 1, 2라운드에 마르케스를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날따라 파퀴아오의 안면 가드가 부실했다. 3라운드에서 상대의 왼손 잽을 견제하며 뒤로 물러서다가 왼쪽 가드가 내려갔다. 노련한 마르케스는 그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커다란 스윙궤적을 그린 오른손 훅을 파퀴아오의 얼굴에 미사일처럼 꽂았다. 파퀴아오는 엉덩방아를 찧으며 첫 번째 다운을 당했다.

하지만 파퀴아오의 반격이 곧바로 이어졌다. 파퀴아오는 5라운드에 마르케스가 왼손 잽을 뻗는 틈을 노려 체중이 묵직하게 실린 왼손 스트레이트를 마르케스의 얼굴에 작렬시켰다. 순간 중심을 잃은 마르케스는 스탠딩 다운을 당했다.

서로 큼직한 펀치를 주고받던 두 선수의 희비가 엇갈린 것은 6라운드였다. 4, 5라운드에 우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여긴 탓인 지 파퀴아오의 집중력이 떨어졌다. 가드를 완전히 내린 채 가벼운 스탭으로 마르케스를 코너로 몰아넣던 파퀴아오는 순간적으로 상체를 숙이며 짧게 뻗어나온 마르케스의 오른손 훅에 턱을 적중당했다. 스텝을 밟고 들어오던 파퀴아오의 움직임에 마르케스의 체중까지 더해진 펀치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파퀴아오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정신을 잃었다. '복싱영웅'이 침몰하는 순간이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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